MBK·영풍, 공개매수가 83만원 올리고 최소매수 수량 삭제…치닫는 '쩐의 전쟁'

2024-10-04 17:27
MBK·영풍, 공개매수가 83만원·최소매수수량 조건 삭제
6조 넘긴 '쩐의 전쟁'…양측 모두 '승자의 저주' 불가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0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 카드에 맞춰 장마감 직전 다시금 매수가를 상향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결국 장기전으로 치닫았다. 이번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총 6조원에 달하는 양측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MBK·영풍 측은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83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주당 83만원에 맞춘 것과 동일한 가격 조건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지막 청약일인 이날 고려아연 주식이 기존 공개매수가(75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자 MBK·영풍도 공개매수가 상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고려아연의 종가는 77만6000원으로 상승 마감해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양측은 발행주식 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하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3만원으로 추가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MBK 연합 측은 “1대 주주로서 청약 물량이 최대매수 수량 목표치(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미치지 않더라도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여 최대 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인상된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83만원은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보다도 23.5% 높은 수준이다. 또 공개매수 직전 12일 종가 55만6000원보다 49.3% 높으며, 52주 종가기준 최고가인 55만 7000원 대비 49.0%나 높은 값이다.

공개 매수 가격과 조건이 변경되며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 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됐다.

고려아연 측도 MBK·영풍 측에 대항해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은 단 1주의 응모주식이라도 전량 다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계획이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이달 23일이다.

고려아연은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 매수를 위해 우선 1조5000억원의 회사 내부 현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현재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확보전이 한층 가열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권 대출 한도와 사모사채(회사채) 발행까지 최소 1조5천억원 규모의 추가 대응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고려아연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공개매수 설명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조6635억원의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자금을,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수 발표에 앞서 지난 2일 1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 1조7000원 한도 금융기관 차입 등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 확대 계획도 공시한 바 있다. 종합하면 고려아연은 이번 차입금(1조1634억원) 이외에도 최소 1조5000억원은 향후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300억원도 있다.

일각에선 양측의 공개매수 조건이 동일해지면서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대응해 추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같은 매수 조건 일 경우 MBK·영풍의 공개매수 종료일이 더 빨라 이른 차익 실현을 원하는 개인 주주들이 MBK·영풍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공개매수가 인상 승부수로 인해, 재계에선 어느 쪽이 경영권을 인수하든 사업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나 영풍 모두 외부 자금에 의존해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이후 막대한 차입금과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등을 어떻게 이어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