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운명의 날'...법원 판단 후 반격 들어간다
2024-10-01 17:08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가능 여부 이르면 2일 결정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시 '전량 소각' 계획도
자사주 취득 불가 시 '대항공개매수' 카드만 남아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시 '전량 소각' 계획도
자사주 취득 불가 시 '대항공개매수' 카드만 남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분수령이 될 자기주식 취득과 관련한 법원 판단이 2일 공개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즉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어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이 불가하면 대규모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벼랑 끝 ‘쩐의 전쟁’에 돌입한다.
1일 재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MBK·영풍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2일 오전 나올 전망이다. 앞서 MBK는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 및 한국투자증권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전량 소각 방침'을 내놓은 것은 배임 관련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고려아연이 기존 주가 수준보다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경영권 분쟁 이후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혀 배임 논란을 잠재우고, 재판부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MBK 측이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하는 것을 총력을 다해 저지할 방침이다. 이는 외부 자금 수혈 없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순현금 8000억원에 기업어음(CP) 발생으로 조달한 4000억원 등을 합쳐 2조원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 등 외부 자본 유입으로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추후 경영권을 우군세력과 나눠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최 회장 측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최소 6% 수준으로 평가된다. 영풍과 MBK는 33.1%, 최 회장은 현대차·한화·LG화학 등 백기사(우호세력)를 합쳐 약 34%를 확보 중이다.
MBK 측이 주당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한 만큼 최 회장은 지분 6% 확보를 위해 주당 80만원에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금은 총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재 최 회장 측이 자금 마련을 위해 접촉할 만한 사모펀드 운용사로는 베인캐피털, KKR 등 대규모 자본을 갖춘 미국계 글로벌 PEF 운용사가 거론되고 있다. 재계 우군으로는 한화와 효성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으로서는 자사주 매입이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전략”이라며 “법원의 판결로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쥐고 있느냐, 아니냐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