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설명에도 외인·기관 밸류업지수 종목 '외면'

2024-09-30 06:00
기대 종목·편입 종목 불일치로 투자자 실망감 반영
기관 순매수 상위 10개중 1개·외국인 4개종목만 해당
국내외 증권사들 잇단 혹평… 거래소 "12월 재조정"

[자료=한국거래소]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야심 차게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공개됐지만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종목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현재까지 기관 순매수 종목 상위 10개 중 삼성전자만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도 상위 매수 10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SK하이닉스, 현대차, 신한지주, HMM)만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이었다.
 
외국인과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밸류업 종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삼성전자, 셀트리온, 고려아연)만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개발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문화 확산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밸류업 종목'과 실제 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달라 실망감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선정된 종목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편입된 종목들은 지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에 차익 실현, 편입되지 않은 종목은 실망감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 홍콩계 IB CLSA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밸류업 지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UBS는 밸류업지수에 대해 "종목 100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빠지고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에스엠, 두산밥캣이 어떻게 편입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혹평이 잇따르자 최근 한국거래소는 해명에 나섰다. '주주환원'과 '주가순자산비율(PBR)'만이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선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오는 12월 재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거래소 측은 자산운용사들이 이 지수를 기초로 ETF를 11월 중 출시해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밸류업 ETF에도 기대만큼 자금 유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 2개 시가총액 순위가 100위권, 200위권 순위임을 감안한다면 초기 규모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 ETF 시가총액 1위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도 상장 초기에는 1000억원대 시가총액에 불과했다"며 "초기 ETF 금액을 2000억원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비중 한도가 15%로 한정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수급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