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까지 뛴 저축은행 예금 금리···하반기 영업재개 움직임 솔솔

2024-09-28 07:00
금리인하기 맞아 대출 영업 사전 준비
4%대 예금, 한 달 새 0개→24개 '훌쩍'
'대출 관리' 압박받는 은행권과 상반돼
PF 어려움 여전해 업황 개선은 "글쎄"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가 계속 내리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인하를 토대로 조달비용 감소, 부동산 업황 개선 등을 기대하면서 하반기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추가 손실 규모가 여전히 크다는 관측 속에 실적 개선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내놓은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 금리(12개월 기준)는 4.2%(대한·바로저축은행)로 집계됐다. 전월 말 최고 예금금리(3.92%)가 4%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약 한 달 만에 0.28%포인트 뛴 것이다. 평균 금리 역시 3.7%를 기록해 전월 말(3.66%)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4%대 금리의 예금은 전월 말 한 개도 없었지만, 현재 대한·바로·스마트·더블 등 12개 저축은행에서 24개 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는 은행권 예금 금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내 19개 은행에서 취급하는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3.37%로, 저축은행 평균 대비 0.33%포인트 낮다. 전월 취급 평균 금리가 3.27%인 점을 고려할 땐 간극은 더 벌어진다.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는 것은 부족한 수신고를 채우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중 저축은행 업계는 38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PF 충격으로 비롯된 건전성 위기로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었다. 신규 대출이 없다 보니 조달 수단인 수신도 갈수록 줄어 지난 7월 말(99조9128억원)에는 2년 9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미국에서 금리인하 신호탄이 터지면서 시장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때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력 속에 수신고 확대에 나설 유인이 없지만, 저축은행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던 대출 영업이 재차 확대될 것을 대비해 총알 장전에 들어간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장기화에 조달비용이 급증한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 악화로 PF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서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현재 물린 PF를 정리하거나 살려내 수익성·건전성 개선 모두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PF 비중이 워낙 컸던 탓에 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여전히 부동산 PF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최종 손실 규모가 2조6000억원에서 최대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규모가 상반기 말 기준으로 2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땐 앞으로도 최대 1조7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시중금리 하락은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하락으로 이어져 순이자마진과 수익성 회복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저축은행 부동산 PF 사업장은 아직 수요 회복이 부진하고 부실위험이 높은 수도권 비주거시설과 지방 아파트 비중이 높다. 브리지론과 매각대상 규모·비중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부실정리 과정에서 대손비용 부담이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