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테랑2' 정해인 "'안광' 어떻게 껐냐고? 누구나 할 수 있어"
2024-09-26 09:59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정해인은 극 중 두 얼굴을 가진 형사 '박선우' 역을 맡았다. 온라인에서 'UFC 경찰'이라고 불리는 그는 우연한 기회로 서도철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한다.
'박선우'는 1편의 악인 '조태오'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보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딜레마를 품은 캐릭터다. 정해인은 박선우가 폭력으로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모습을 두고 "나름의 정의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연기할 때는 절대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해치'는 여론이 만들어 낸 캐릭터고 일종의 '마녀사냥'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녀를 만들어내고 죽이기도 하잖아요. 처음에는 '해치'가 정의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남산 신부터는 이상함을 감지 하실 거예요. '저건 정의로운 게 아니잖아? 왜 저럴까?' 류 감독님은 관객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길 바란 것 같아요. 저는 박선우의 모습에서 일종의 나르시시즘을 느꼈어요. '해치'라는 인물로 인해 혼동과 혼란이 생기고 열광해 주는 이들이 생기면서 그걸 즐기고 쾌락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해인은 심리학을 공부하며 박선우라는 캐릭터에 접근했다. 그는 박선우를 "나르시시즘적인 소시오패스"라고 정의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도구로 쓴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전사나 서사가 따로 없고 박선우가 벌이는 행동이 납득되지 않으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거죠. 대본에는 없지만 뿌리나 유년 시절을 상상하며 공부했어요."
"류 감독님께서는 '(캐릭터 전사) 그런 건 없어도 되고 대본과 신들만 생각해서 표현해달라고 하셨어요. 단순하고 명료한 게 필요하구나 싶었어요."
영화가 공개되고 정해인의 눈빛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텅 비어있는 그의 눈빛을 두고 '동공까지 연기한다'며 칭찬이 쏟아졌던바. 정해인은 "그렇게 알아봐 주실지 몰랐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박선우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눈만 보일 때가 많아서 다른 것보다 눈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테크니컬한 부분이 필요했어요. 이번에는 많이 연구하고 얼굴 근육이며 눈을 써 본 거죠."
'안광'을 끄고 켜는 것도 일종의 '연기 기술'이라며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안광이 없다는 반응을 봤어요. 하하. 텅 빈 눈을 보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연기) 테크닉적인 거죠. 사실 근데 '안광'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잠 못 자고 피곤한 상태면 다들 그런 눈빛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연기할 때도 그런 걸 써먹기도 하는 거죠."
정해인은 기존 '베테랑' 팀의 막내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후배로서 얼마나 '땡큐(Thank you)'인 일이냐"며 선배 배우들과 연기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거들었다.
"다 만들어진 작품에 극 중 막내처럼 '관찰자'로 지낼 수 있었어요. 선배 한 분, 한 분을 관찰하며 장면을 만든 것 같아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리액션을 한 기억이 나네요."
황정민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열정 넘치는 선배님"이라며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어디 가서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은 아닌데요.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니 상대적으로 (열정이) 부족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선배님이 카메라에 안 찍히더라도 대역 없이 열정적으로 연기해 주셔서 감사하고 또 존경스러웠어요."
극 중 박선우는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UFC 기술을 선보여 온라인상에서 'UFC 경찰'이라고 불렸던 인물. 정해인은 박선우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 기술을 연마했다고 설명했다.
"주짓수도 배우고 액션 스쿨에서 굴러가면서 연습했어요. 액션도 액션이지만 기초체력이 되지 않으면 기술을 잘 써도 금방 방전되어 버리거든요. 달리기하면서 심폐 지구력을 길러놨었어요. '베테랑' 찍을 대가 제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던 시기 같아요."
영화의 백미인 남산 신은 수많은 리허설을 거듭하며 찍었다고. 강력팀 형사들이 '해치'를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박선우는 '가짜 해치'를 의도적으로 다치게 한다. 박선우와 가짜 해치가 남산 계단을 구르는 장면은 꽤 긴 시간 담기며 관객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스턴트를 섞어가며 찍긴 했지만 제가 직접 한 부분도 많아요. 오히려 몸을 사리는 게 더 위험하더라고요. 겁내면 다쳐요. 안전장치를 했으니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편이 나았어요. 하필 폭설이 왔을 때 찍어거 몇 차례씩이나 중단되기도 했었거든요. 어렵게 찍은 신인데 반응이 좋아서 기쁩니다."
영화 말미 '베테랑2' 쿠키 영상에서는 박선우의 탈출을 암시했다. '베테랑3'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3편의 기초 스토리가 있고 해치에 관한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3편이 만들어진다면 출연할 거냐고요? 아유, 한걸음에 달려가야죠. 하하. 감독님께서 러프하게 ('베테랑3'에 관해)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는데 해치에 관한 이야기일 줄 몰랐어요. 3편이라니!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