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법정에 설치된 보호막...법원 테러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나

2024-09-26 06:00
서울남부지법, 초유의 흉기 테러 사건 발생으로 법원행정처 대책 마련 고심
법조계 "법정 출입 시 검색 철저하게...법정 경위들의 법정 내 촘촘한 배치도 이뤄져야"

아크릴 보호막이 설치된 서울남부지법 형사법정의 모습. [사진=서울남부지법]
최근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방청객으로부터 흉기 테러를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법원이 사상 최초로 법정에 아크릴 보호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정 테러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법원이 향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법(법원장 황정수)은 최근 형사 법정 1개소에 아크릴 소재의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가림막은 소송관계인 석과 방청객 사이에 시범 설치됐는데 이는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들을 보호하고 법정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남부지법에 이 같은 가림막이 설치된 것은 지난달 28일 남부지법 형사15부(재판장 양환승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벌어진 흉기 테러 사건 때문인데, 당시 방청석에 앉아 있던 50대 남성 A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고 있던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의 목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6월 하루인베스트 출금 중단 사태로 63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 도중 이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불만을 갖고 살해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테러를 당한 이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법정 보안 대책 마련에 돌입한 법원행정처
법정에서 초유의 흉기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법원은 즉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직접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남부지법의 보안 검색을 체험·시연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천 처장은 "실효적이면서 충실한 대책 마련을 위해 법원행정처에서 각급 법원의 자체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각 고등법원 단위로 업무 관련자 회의를 통해 법원행정처에 요청할 사항과 각급 법원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사항을 포함한 자체 대책을 마련 후 알려 달라"고 각급 법원에 지시했다. 

서울고등법원도 역시 지난 6일 홍동기 수석부장판사 주재로 간담회를 열어 법정 출입구 검색과 법정 내부 및 복도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법정 내에서는 모든 법원보안관리대원이 상시로 가스총 등을 휴대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고, 보안관리대원은 법정에서 소송관계인과 방청석 사이에 위치하도록 했다. 또 법정 출입을 위한 검색대에서 면밀한 검색이 이뤄지도록 하고, 보안관리대원의 교육 및 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국 법원에서 법정 보안과 관련된 요구 사항들을 전달 받고 있다"면서 "종합적인 대책은 다음 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A씨가 법원의 금속탐지기를 뜷고 어떻게 흉기를 법정에 반입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적으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못했다.

법정에서의 난동은 이번 사건 외에도 연일 법정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9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70대 조모씨를 포함한 법원 방청객 3명은 재판장을 위협하고, 법원 경위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법원의 직무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으며, 2013년 서울고등법원에선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40대 박모씨가 판결에 불복해 고성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다가 법정 밖으로 강제적으로 쫓겨난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들과 법정 경위들 간의 크고 작은 실랑이는 법정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법조계, 허술한 법원 보안 시스템 개선 촉구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허술했던 법원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형환 변호사(법무법인 YK)는 "형식적으로 보안 탐색이 이뤄졌다고 본다. A씨가 (흉기를) 가방에 넣으면 걸리니까 몸 어딘가에 숨겼을 것"이라며 "평소에도 법정 입구 금속탐지대에서 삐 소리가 나더라도 들여 보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시 청원경찰들도 평소에 법원에 출입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허술하게 대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 "일단은 법정 출입 시에 검색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흉기와 같은 위험한 물건의 반입을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며 "가스총 지급을 한다지만 가스총은 즉각 대응용이기에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 경위들이 현재 법정마다 한명씩 배치돼 있지만 그들이 재판 진행에만 신경 쓰다 보니 지금과 같은 사건 대응에 미비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재판 같은 경우 경위들의 촘촘한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