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IAEA 총회 의장 수임으로 빛난 우리 원자력의 위상
2024-09-25 06:00
'비엔나 정신' 수호…북핵 결의 컨센서스 채택
지난 9월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5일간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연례 총회가 막을 내렸다. IAEA 총회는 매년 이맘때쯤 전 세계 178개 회원국에서 대표단 3000여 명이 참가해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IAEA 최대 규모의 연례 회의이다.
우리에게 올해 IAEA 총회는 특별했다. 우리나라가 1957년 IAEA 창설 회원국이 된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35년 만에 총회 의장을 수임했기 때문이다. 2022년 이사회 의장을 수임한 지 불과 2년 만에 총회 의장까지 수임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 원자력계의 중심에 우뚝 섰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총회 의장 수락 연설을 통해 IAEA 기술 협력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이제 국제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되돌려주고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류 공동의 목표인 '평화와 발전을 위한 원자력'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북핵 문제에 관한 총회 결의를 63개 공동제안국 동참하에 컨센서스로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마저 분열되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IAEA 총회는 북핵에 대해 단합된 규탄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북핵 문제 관련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했다. 외교부와 주빈 대표부가 총회 4주 전부터 전방위로 회원국들과 만나 컨센서스 결의 채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동제안국 동참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북한의 위험한 핵 개발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IAEA 회원국들은 계속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더해 한·미·일 3국은 작년 9월 총회와 올해 6월 이사회에 이은 세 번째 3국 공동발언을 통해 북한-러시아 간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군사 협력 심화를 강력히 규탄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부터 IAEA와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발판으로 원자력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원전 26기를 운영하는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 5위, 원전 수출 역량 보유 6대국 중 하나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또한 원자력 기술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는 조선·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다수 국가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바야흐로 ‘원자력 신(新)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 대표단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총회 행사장에 별도 부스를 설치해 우리의 우수한 원전 설계·제작 역량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원자력 기술은 의료·식량·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IAEA는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암 치료(Rays of Hope), 농작물 생산성 제고(Atoms4Food) 사업을 포함해 다수 원자력 기술 응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번 총회 의장 수임을 통해 이러한 원자력 선도 국가로서 우리의 리더십과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비확산체제 강화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책임과 기여를 더욱 확대해 나감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발전의 근간이 되는 원자력 분야에서 경쟁력도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