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정치9단] 꼬일대로 꼬인 尹·韓 갈등...용산 만찬에 쏠리는 눈
2024-09-24 07:00
언론에 사전 노출된 '독대 요청'에 더 깊어진 감정의 골
친윤 "이런 언론플레이 처음 본다"...친한 "의도적 사전노출 없다"
친윤 "이런 언론플레이 처음 본다"...친한 "의도적 사전노출 없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의 24일 '만찬 회동'을 하루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른바 '윤-한 갈등'이 다시 확산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만찬이 상견례 성격으로,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구체적인 현안 논의는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독대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냐'는 취지의 추가 질문에 "독대라는 게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고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24일 만찬에서 독대는 없다고 재차 못 박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중요 사안이 있고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24일 만찬)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어떻게든 윤 대통령과 독대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만찬에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최고위원들과 대변인단 등 주요 당 관계자 16명이 참석하고,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주요 수석비서관들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특정 인물의 독대는 해당 인물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역대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끝나고 대통령이 특정 장관을 불러 '잠깐 차나 마시고 가시죠'라고 권유했을 때 해당 장관의 회의석상 발언에 실리는 무게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이번에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은 정국의 복잡한 현안들을 푸는 계기를 만드는 것과 함께,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시그널로도 풀이된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패싱'과 당내 주류 친윤(윤석열)계 비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번 독대 요청이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특히 친윤(윤석열)계에서는 한 대표가 당정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자신의 입지만 생각한 '이미지 정치'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독대'를 언론에 흘려 대통령실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독대 요청을 단독 기사로 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 온 동네에 광고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러 종류 정치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직격했다.
당 대표를 역임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독대는 그렇게 미리 떠벌리고 하는 건 아니다"며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최근 윤 대통령과 비공개 식사자리를 가진 윤상현 의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대 요청이 사전에 공개가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오히려 양쪽 다 부담스럽게 만들었다고 아쉬워했다.
한 대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저녁 언론공지를 통해 "오늘 일부 보도에서 한동훈 지도부가 독대 요청을 사전 노출시킨 것이 독대 불발의 원인이라는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하고 있다"며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 없었음을 재차 확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