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겨냥한 K반도체 비관론··· 엇갈리는 전망에 '휘청'

2024-09-21 06:00
반도체株 등락 이어가··· 내주 마이크론 실적 발표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업황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와 수주형 사업이라 업계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과도한 비관론이라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이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급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만인 20일 낙폭을 일부 만회하면서 15만7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삼성전자는 장중 오름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또다시 하락하며 6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대규모 공급과잉 우려는 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올해 11월 이후에는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생산능력(CAPA)을 잠식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며 “내년 D램 가격 상승이 가시화하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다.

SK하이닉스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해왔고,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HBM 수요에 기반해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71%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을 업황의 유의미한 변화보다는 관성적 사고에 따른 급진적 수익 실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고 봤다. 
 
앞서 글로벌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와 함께 관련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낮춘 것이 반도체 투자 심리 위축에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다가온다-투자 등급 두 단계 하향 조정’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두 단계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주가 조정 이유로 PC·모바일용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 AI용 HBM 공급과잉을 꼽았다. 내년 HBM 공급량이 2500억 기가비트(Gb)에 달해, 이 기간 수요(1500억Gb)를 크게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뒤이어 일본 노무라증권은 다른 시각을 내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등 메모리 시장에 대한 우려가 일부 과장됐다는 평가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HBM 공급 과잉을 우려하기엔 이르다”며 “HBM 공급과잉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사의 수요 대비 HBM 공급능력을 112%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과잉 생산이 있더라도 재고를 통해 조정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마이크론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SK와 경쟁하는 마이크론의 실적과 향후 HBM 로드맵 및 생산 계획 등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마이크론은 오는 25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