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가짜뉴스 판치는 세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와 책임

2024-09-19 14:36

[이춘구 언론인]
 

 
현대사회에서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매체가 발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향이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발전은 표현의 자유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의 확대는 주관적으로 보면 인간의 인격을 갖추게 하며, 진리에 도달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객관적으로는 자유민주사회의 근본인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하며, 사회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자동안전장치로서 기능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SNS에서 유통되는 상당수의 콘텐츠가 딥페이크(deepfake) 등 가짜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정권을 달리해 정부는 가짜뉴스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선거 등 민주적 기본질서를 형성하는데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가?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선언하며, 그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제①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며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④항에서 “언론ㆍ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며 한계를 정하고, “언론ㆍ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밝히고 있다.

우리 헌법의 표현의 자유는 미국 헌법 등 자유민주주의 선진국 입법례를 따르고 있다. 전 세계의 모범인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종교의 설립과 관련된 법률 또는 종교의 자유로운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되며, 언론과 출판의 자유 또는 인민이 평화롭게 집회하고 피해의 구제를 정부에 청원하는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forefathers)들이 1787년 연방헌법을 제정하고 4년 뒤 1791년 12월 15일에 수정헌법 제1조를 다시 제정하게 된 것은 연방정부의 권한남용에 의한 인권위협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 제정 당시에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적 인권보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실제 적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천사이고, 그들의 권력이 위협 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대표했더라면, 수정헌법 제1조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 헌법 역사상 자유로운 표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은 휘트니 대 캘리포니아 주(Whitney v. California)사건에서 대법관 브랜다이스(Louis D. Brandeis)가 내린 판결이다. 판결요지를 보면, 첫째, 국가의 최종목적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인간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둘째, 정치적 진리의 발견을 통해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사상의 자유시장이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본다. 셋째, 공적 토론을 정치적 의무로 규정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미국 정부의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이성의 힘을 믿으면서 전제를 방지하며 공동체의 안정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정헌법 제1조가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의 주요 근거가 되게 된 계기는 1919년 연방대법관 홈즈(Oliver W. Holmes)의 판시에서 비롯된다. 그는 소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시대가 많은 논쟁적인 믿음을 뒤집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보다 바람직한 궁극적인 선은 사상의 자유로운 거래에 의해 도달된다는, 진리의 최선의 시험은 시장의 경쟁에서 진리를 받아들여지게 하는 사상의 힘이라는, 진리는 자신들의 바람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는 자신들의 행동의 근거를 믿는 것보다 그들은 더 잘 믿게 될 것이다.” 이 판시는 사전억제 금지원칙의 근거로 인용되고, 표현의 자유가 여러 견해들의 올바른 길을 열어줄 당위적인 명령을 함축하고 있다.

20세기 미국 헌법학자 토마스 에머슨(Thomas Emerson)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본질적으로 보호받는 주요 가치를 4개로 범주화하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1) 개인의 자기실현을 보증하는 수단으로서, (2) 진리에의 도달 수단으로서, (3) 정치적 의사결정을 포함해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그리고 (4) 사회에서 안정과 변화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필수적인 것으로 본다. 에머슨은 한계문제나 다른 가치들과의 조화와 관련 없이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에서 4대 가치들을 고려한다.

언론이 책임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언론계로서는 언론사의 독점적 행위들뿐 아니라 언론인의 선정주의와 부정확한 보도, 오만 등은 정부에 의해 징벌적 반응을 받게 될 것이다. 언론이 언론의 자유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정부의 전반적인 분야의 권력남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하고,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데 있어서 더욱 더 책임있게 해야 한다. 수정헌법 제1조를 해석하는 것은 언론법 연구에 핵심적이다. 수정헌법 제1조가 어떤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인가는 법을 형성하고 대통령과 의원, 법관들을 선임하는 국민의 몫이다.

미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나 주제가 공격적인 미술가나 음악가 등의 자유로운 표현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많다. 또 새로운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인터넷 등 SNS가 정부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공적 토론장(public forum)으로서 제 기능을 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바로잡기에 대한 현재의 압력은 언론과 대학에서 공격적인 단어나 사상을 표현하는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더글러스(William O. Douglas) 대법관이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이룩한 표현의 자유는 앞으로 다가오는 영겁 동안에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자율적 규제가 전제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와 책임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