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판정승 이펙트] 자본시장 안도, 환율 안정 기대…'밸류업'에는 악재

2024-09-13 08:01

[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 측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두면서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는 '해리스 트레이드' 현상이 일어났다. 

해리스 당선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통화정책 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거시·실물경제 정책 수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내린 1338.7원에 마감했다. 간밤 달러화는 미국 대선 토론회 후 약세를 보였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3.6%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해리스 후보가 토론회에서 우세를 보이자 시장이 안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측 공약인 관세 인상과 재정 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을 연장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 요인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만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임기(2026년 5월)를 채울 공산이 크다.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점진적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로 환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 한국은행도 스스로 설정한 속도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해리스는 트럼프보다는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고, 연준이 금리를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리스 집권 시나리오는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북 강경 기조가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북 원칙론자로 분류된다. 압박과 인내를 병행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승계할 것이 유력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를 지향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재임 시절 북·미 협상 진전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당선되면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