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하이엔드' 요구에 공사비 갈등 점화... 건설사도 '고민'

2024-09-18 18:06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 정비사업 부지 [사진=신가동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높아진 공사비 영향으로 고급화를 내세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사들 간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엔 서울 강남권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적용되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강북과 경기를 넘어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신가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이달 2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은 앞서 2015년 DL이앤씨와 GS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양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호남권 최초로 DL이앤씨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에 이어 조합원 분양가, 일반분양가 책정에 대한 이견이 커지면서 계약해지 수순을 밟게 됐다.

고급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정비사업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GS건설·롯데건설과 시공계약을 맺고 일반 브랜드로 추진 중이던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에서도 최근 조합원들 사이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로 변경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를 수주한 노량진6구역도 SK에코플랜트에 '드파인(DE'FINE)' 적용을 요구했다. 노량진뉴타운에서 유일하게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은 SK에코플랜트와 고급화 수준과 공사비 등에 대해 협상 중인 단계다. 

앞서 성북구 길음역 인근 '돈암6구역'은 조합원들이 시공사인 롯데건설에 '롯데캐슬' 대신 '르엘(LE-EL)'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마감재와 특화 설계, 조경 등 고급화로 인해 공사 비용이 증가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미분양이 나면 조합은 집값 영향을, 건설사는 자금 조달과 브랜드 파워 약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DL이앤씨가 오는 10월 분양을 앞두고 있는 경기 안양시 호계온천지구(아크로 베스티뉴)도 현재 분양가가 3.3㎡(1평)당 4000만원대 안팎으로 논의되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가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난립하면 고급화 브랜드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지역·가격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수주 영업 현장에서는 조합원 요청 사항도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 업계 전반적으로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도입에 앞서 향후 급격한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이 강력하게 요구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했지만 공사비를 둘러싼 마찰이 많다”면서 “사업 차질로 이어지면 결국 조합원들이 손해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