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무리한 기소" vs "경영 쇄신 위한 조작"…'SM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첫 공판서 '격돌'

2024-09-11 16:34
검찰 "카카오엔터, 경영 쇄신 위해 무리하게 SM 인수 추진"...김범수 측 "인위적 시세조작 아냐"
김범수, 지난해 2월 SM 인수과정 시세조종혐의로 검찰 조사...7월 구속기소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7월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시세조종을 지시했거나 사전에 이를 알고 승인했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김 위원장 측이 맞붙었다. 김 위원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재판 시작 전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홍 전 대표와 강 실장은 "김 위원장 지시를 받고 주식 매입한 게 맞냐"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김 위원장이 승인한 거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카카오엔터 부채는 2022년 1조5517억원으로 급증하고 같은 해 당기순손실이 438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경영이 악화됐다"며 "SM엔터 경영권을 인수해 2022년 실적을 합치면 하이브를 넘어 엔터 업계 1위를 달성할 것을 예상한 카카오 측은 카카오엔터 경영 쇄신을 위해 무리하게 SM엔터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카카오엔터 고가 매수는 인위적 시세 조작이 아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 측은 "당시 하이브와 카카오엔터 인수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SM엔터 주가가 올랐는데 검찰은 이를 무조건 시세조종성 고가 매수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얼마나 소진시켰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시세조종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합계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다만 김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이 투입된 3일을 제외하고 2월 28일 하루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5일 금융감독권 특별사법경찰은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놓고 서로 공개매수 등으로 분쟁을 벌이자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송치 일주일 뒤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지난 7월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20시간 넘게 조사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달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한편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법인과 구속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 등은 보석으로 석방돼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