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시스 불내고 '나 몰라라' 행보...완성차 업체와 적극 대응 K-배터리와 대조적
2024-09-11 16:10
전기차 화재 대응, 파라시스와 K-배터리 기업의 상반된 접근
K-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배터리 공급사인 중국의 파라시스가 화재 원인 규명의 책임을 벤츠 측에 전가하면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라시스의 이 같은 태도가 최근 국내 배터리의 화재 대응 방식과 대조를 보이며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1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 등 외신에 따르면 파라시스의 투자자 관계 부문 관계자는 지난 9일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를 의무 공개하도록 한 조치에 대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번 사건이 파라시스 배터리의 문제인지, 완성차(벤츠)의 문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 영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번 화재의 원인이 차량 결함일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파라시스는 2009년에 설립되어 NCM(니켈·코발트·망간) 2차전지를 생산해온 회사로, 지난 2018년 메르세데스-벤츠그룹과 10년 동안 1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차량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벤츠는 자사의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해 왔으며, 2020년에는 파라시스의 지분 3%를 인수해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지난해 파라시스는 164억위안(약 3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1.3% 증가율을 보였고,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자사의 배터리가 관련된 화재 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조사팀을 파견하고 합작 법인 등을 통해 책임 있는 리콜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쉐보레 볼트 EV 소유자들에게 결함이 있는 배터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빠르게 발표한 바 있다. 삼성SDI는 2022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포드와 스텔란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배터리의 용접 불량으로 자발적 리콜 계획을 보고했다.
파라시스가 지속해서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앞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전기차 화재 문제는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파라시스의 비책임적인 태도는 배터리의 위험성 여부와 관계없이 전기차 제작사들이 파라시스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