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응 안간힘 벤츠코리아...본사 배당엔 아쉬움
2024-08-21 07:48
독일 '명차' 명성에 걸맞지 않은 미흡한 대처 눈총
한국 소비자들 "적극적 해결 의지 아쉬워"
한국 소비자들 "적극적 해결 의지 아쉬워"
국내 시장에서 매출 8조원 시대를 목전에 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1900억원대에 달하는 배당금을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벤츠코리아는 매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 100%를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하고 있다. '고배당' 논란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태에 소극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터라 벤츠코리아의 행태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7조9375억원, 영업이익 2392억원, 당기순이익 1898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15% 줄었지만,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3%, 6.8%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벤츠코리아는 이 가운데 당기순이익의 100%인 1898억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벤츠코리아의 지분은 메르세데스-벤츠AG가 51%, 한성자동차 모기업인 스타오토홀딩스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그동안 과도한 배당금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2020년에는 당기순이익(1289억원)을 넘어서는 1682억원을 본사에 보냈고,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당기순이익 1472억원, 1778억원 전액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수입차 회사인 BMW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등이 국내 투자를 위해 배당성향을 40~5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화재가 발생한 EQE 350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 파라시스 사가 제조한 제품이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모델 EQE 300, 350+, AMG 53 4MATIC+, 350 4MATIC, 4004MATIC과 SUV인 EQE 500 MATIC, 최상위 전기 세단인 EQS 350 등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지금은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합동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벤츠의 이런 소극적 태도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앞서 2020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코나, 아이오닉 등의 배터리 화재 당시 국토교통부 결함조사가 완료되기 전임에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2만6699대 차량에 탑재된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전량 교체하는 리콜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양사는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라 자동차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각각 3대 7로 비용을 분담했다. 벤츠는 중국 파라시스와 지분을 보유한 특수협력관계에 있는 만큼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는 "보상금 45억원은 사고의 원인과 무관하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라며 "전체 보상안을 45억원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배당 지적에 대해서도 "배당금은 이미 지급한 금액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보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벤츠는 현재 사고의 근본 대책을 확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벤츠는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글로벌 본사에서 전문가를 파견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베터리 셀에 대한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또 전기차 무상점검도 지난 14일부터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전담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