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의대 설립 설명회...공모 방식에 대한 우려 쏟아져
2024-09-11 11:49
구성원들 반발 속, 불공정 공모 방식에 대한 비판 쏟아
국립순천대학교(총장 이병운)는 지난 10일 교내 파루홀에서 '전라남도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신설 관련 대학 의견 청취 및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전남도의 국립의대 신설 정부 추천 용역을 주관하는 에이티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 컨소시엄의 주최로 열렸으며, 대학 구성원 2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설명회에서는 정부 추천 공모 절차와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설립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으며, △단일 의과대학 선정 후 2개 대학병원을 신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동일 지역에 신설하는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참석자들은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경쟁적 공모 방식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대학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원 A씨는 “도민들은 전남에 의대가 생기면, 좀 더 편리한 환경에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전남도가 진행하는 의대 공모는 동·서부 간 갈등만 부추겨 왔고, 도민들이 피로감만 느끼게 한 것 같다.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할 것이 아니라, 의대설립 운영의 주체인 대학과 의견 수렴 당사자인 도민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여 달라”라고 주문했다.
교수진들은 다양한 전공의 시각과 교육 과정 운영과 의료 서비스 현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는 수련병원 형태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인사권과 재정 등의 압박으로 인해 지역의 의료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Level 3 수준에서 운영되는 전남대학교 화순병원의 응급실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미선정 지역 대책으로 제안된 ‘첨단의과학연구센터’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1조 이상을 투자한 화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과대학과 유리된 연구센터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간호학과 교수는 “150km가 떨어진 의대와 병원은 교수가 수업과 진료를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용역사 사례로 제시된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의 거리는 30k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2개의 병원 중 의대가 없는 1개의 병원은 대학병원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광양시에 포스코가 건물을 제공하면서 유치한 조선대병원 분원이 설치 후 3년 만에 철수한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또 다른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의대설립 방식을 이미 정한 상태인지를 물으면서, “설명회나 공청회를 충분히 거친 후에 설립 방식을 정해야 할 것인데, 도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용역사가 의도적으로 1대학 2병원 방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감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의대설립 방식을 정부가 아닌 전남도가 결정할 수 있다면, 도민 전체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2의대 2병원을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설명회가 요식 행위에 그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법학과 교수는 "이미 설립 방식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설명회를 진행하는 듯하다"며 의견 수렴의 부족을 비판했다.
이병운 총장은 "순천대에 의대를 신설해야 할 당위성은 의료 수요와 지역 산업 기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명확하다"며, "전남의 상생과 의료복지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공동의대 및 복수의대 설립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순천대는 설명회 의견을 바탕으로 의대설립의 핵심주체로서 목포대 등 관계기관과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