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SOC 예산 감축, 지방소멸과 노후 인프라 대응은?

2024-09-11 06:00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근 2025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내년 예산은 2024년 대비 20조8000억원이 증가한 677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약자복지'와 '경제활력 확산', '미래를 준비하는 체질개선' 그리고 '안전한 사회', '글로벌 중추 외교'에 투자의 중점을 뒀다는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변화 대응과 바이오 헬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육성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청소년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의 확대 등은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투자 분야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예산항목 전 분야 중 유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은 감축 편성했다는 점은 현재 우리의 경제, 사회 상황을 고려할 때 크게 우려가 된다. 2024년 예산에서 증액되었던 SOC 예산이 다시 2023년 수준인 25조5000억원으로 3.6%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예산도 다시 60조원 미만으로 축소됐고, 이 중 SOC 예산은 올해 대비 5.8% 감소해 20조원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신규사업 예산은 대폭 감소해 2000억 수준으로 편성됐다. 국토부의 설명에 따르면 진행 중 사업의 종료와 신규사업의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재정운영 건전성 유지와 투자의 균형을 고려했다고는 하나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상 SOC 예산의 감축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지방소멸의 속도가 심상치 않다. 예상보다도 빠른 지방소멸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 속에서 젊은 층이 빠르게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젊은 층이 지방에서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젊은 층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행정, 재정적 지원, 산업·경제 인프라는 물론 주거·보육·문화 인프라를 조성해 지방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 경제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핵심 인프라 사업들에 대한 시의성 있는 투자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SOC 예산의 감축에 따른 사업의 지연은 지방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SOC 예산의 부족은 안전한 사회 구현에 있어 가장 큰 현안인 인프라의 노후화 문제에 있어서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2024년 1월 국토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준공 20년 이상 지난 시설물이 19만6325개로 집계됐고, 이는 전체의 51.2%에 해당한다. 준공 30년 이상 시설물도 전체의 25.2%에 달한다. 여기에 준공 일자 확인이 불가능해 조사에서 제외된 소규모 시설 등을 포함할 경우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사대상 도로 중 23.0%가 안전등급 D등급, 17.4%가 E등급 수준으로 평가돼 안전수준이 미흡하거나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30년 이상 건축물이 전체의 42.6%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주거용 건축물은 52.0%에 이른다. 서울 전체 주택의 58%가량이 지은 지 30년을 넘긴 노후주택인 가운데 부산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도 70%에 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노후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경제 측면에서도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예산에도 노후 인프라 대응 예산을 소폭 확대했으나, 현재 인프라의 노후화 정도를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 예산 편성에 있어 다양한 투자 분야의 균형적인 배분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누구나 이견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SOC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안전한 사회의 구현, 그리고 국가의 글로벌경쟁력 향상에 있어 기반이 되는 필수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지속성 있고 안정적인 투자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의 핵심 인프라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노후 인프라에 대응한 적정 규모의 투자는 정부 예산 편성에 있어 우선순위를 가지고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