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패권' 놓고...韓中日 주도권 싸움 박차

2024-09-18 14:17
韓정부 기술개발 지원...1172억원을 투자
中정부도 1조원 투자·日 민관협력 활발

LG엔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서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첫선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한국, 중국, 일본 간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에 대해 각국 기업과 정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은 내년 하반기에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에는 상용화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예정이며,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900Wh/L)를 구현할 방침이다.

중국의 세계 5위 배터리 기업 CALB는 2027년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2028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내년 말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1차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2026년부터 자사 브랜드 자동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2026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 경제산업성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2028년 시작이 예상됐으나, 이를 2년 앞당긴 것이다. 도요타의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는 완충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어들며, 초기에는 WLTP 기준으로 10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1200km로 확장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변환한 기술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이 적어 화재 위험이 낮다. 그러나 대량 양산에는 여전히 기술적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고체 전해질의 제조 공정과 비용 문제, 대면적화 기술의 한계가 상용화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체 전해질의 균일한 제조와 대량 생산에 필요한 공정 제어 기술이 부족하며, 원자재 비용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각국의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친환경 모빌리티용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총 117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열린 첫 회의에서는 리튬메탈 전지, 리튬황 전지,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등이 연구 과제로 선정됐으며, SK온은 SK넥실리스와 함께 372억원 규모의 리튬메탈 전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CATL을 포함한 6개 기업의 고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60억 위안(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투자 계획은 2024년 초부터 시작되며, 초기에는 8~9개 프로젝트에 집중 지원한 후, 경쟁력을 보이는 7개 프로젝트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대 3500억 엔(약 3조3079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국내 배터리 제조 능력을 현재의 1.5배로 늘린다. 일본의 민관 협력 모델은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지원은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민관 협력으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한국이 현재 쥐고 있는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