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실채권 1년 새 62%↑…부실비율 제조업의 5배

2024-09-09 15:48
직전분기 대비 업계 성장률 26년 만에 최저치
정부, 부동산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반등 유도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건설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뒤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돈이 1년 새 62%가량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업 경기가 살지 못하면서 향후 여신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건설 기업에 제공한 여신 중 4575억원이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825억원) 대비 약 61.9%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건설업 대상 총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작년 상반기 말 1.17%였던 건설업 내 부실채권 비율은 1년 사이에 0.43%포인트 상승하면서 1.60%까지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 부실채권 비율(1.60%)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치다. 5대 은행의 제조업 기업 대상 부실채권은 9212억원, 비중은 0.32%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건설업의 부실채권 비율이 무려 5배 수준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0.43%, 5대 은행의 전체 여신에 대한 부실채권 비율은 0.37%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건설업계 실적이 불안정해 앞으로의 상환 능력에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직전 분기 대비 건설업 성장률은 올해 1분기 5.5%에서 2분기 -6.0%로 급락했다. 이는 1998년 1분기(-6.4%) 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정부는 건설업계 분위기 반등을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건설업 경기가 점차 되살아나고 자금 조달도 원활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개선될 것이란 계산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부실우려 사업장 규모가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은 이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부동산 PF 때문에 받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지만 건설업황 둔화에 따른 대출 부실화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부실채권 상·매각에 나서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