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중 충돌…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
2024-09-11 21:40
이제 막 '위험한 구간(Danger Zone)'진입 …, 2030년 지나야 승패 윤곽
미국과 중국의 지루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 멈출지, 그리고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모르는 팽팽한 승부 겨루기의 연속이다. 미국은 대선(大選)을 앞두고 있으나 누가 집권하든 중국에 대한 견제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빼든 칼을 칼집에 다시 넣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양강(兩强)의 공방에서 손해를 보는 쪽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편으론 이 틈새에서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영리한 측도 드물지만 보인다. 이 싸움은 군사력보다 경제력과 소프트파워에서 누가 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소프트파워란 누가 더 글로벌스탠다드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이에 동조하는 편을 많이 끌어들일 것인가로 요약된다.
미·중 충돌이 시작된 것이 이미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대결에 아직은 우열이 확실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계속 압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판세가 기울어지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두고 미국의 마이클 베클리나 힐 브랜즈 교수는 현재 양국의 전략적 경쟁을 두고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논리다. 그렇다면 2030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이런 불안정한 세계정세의 지속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다음 5년간의 대결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피크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경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위세가 만만치 않았다. 2030년 전후 경제력에서만큼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주도의 일방적 세계화 드라이브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에 대한 세계의 반응도 의외로 호의적이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일방적 세계화 드라이브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개혁·개방 기치와 세련된 전제정치, 생산성에 최적화된 인구구조 등도 중국의 부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이 구(舊)소련의 대항마로 중국을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한동안 상호 윈-윈을 하기도 했지만 갈수록 중국 경제의 위력이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세계가 중국만 쳐다보는 현상이 보편화되었다.
예외 없이 한국도 10년 구간에 접어들어, 위기와 기회 공존 시기
혹자는 현재의 중국이 정점(頂點)이고, 앞으로는 올라가기보다 내려오는 일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곳곳에 적색경보가 켜지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 동력이 생겨나지 않고 내부 불만이 쌓여간다. 정치력까지 후퇴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한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으로 궁지에 내몰린 중국 공장들이 해외 시장으로 밀어내기 수출에 안간힘을 쓴다. 세계 시장에서 저가 중국 상품과의 마찰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으로까지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시장에까지 중국 상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긍정적이던 반응이 일시에 부정적으로 바뀌는 현상이 연출된다. 우군을 더 끌어들여야 하는 중국에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이를 강하게 부인한다. 당당하게 미국을 누르고 세계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승자가 누가 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10년은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 중요한 역사의 변곡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한국에게는 재도약의 기회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양강 힘겨루기에서 우열이 가려지면 약해진 쪽이 택할 수 있는 강공 선택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 안보 관리와 더불어 경제적 유불리를 고려,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위기에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된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국익을 창출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도 가장 위험한 10년의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