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주택 전기료 7500원 증가 '선방'...요금 인상 탄력받나

2024-09-09 14:54

[사진=연합뉴스]
늦게까지 이어진 찜통더위에 냉방 수요가 늘면서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커졌지만 지난달 주택용 전기 요금이 전년 대비 7500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 363kWh(킬로와트시)로 지난해 8월의 333kWh보다 대비 9% 늘었다. 

주택용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5만6090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6만3610원으로 13%(7520원) 늘어났다. 

이는 8월 말까지 집계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최종적인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9월 말에 확정된다.

주택 전기요금 인상 폭이 사용량 증가 폭보다 큰 것은 주택용 전기에는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름철(7∼8월)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의 경우 '300kWh 이하', '300∼450kWh', '450kWh 초과'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을 무겁게 매기고 기본요금도 달리 적용하는 누진제를 적용한다.

전기 절약을 위한 전 국민 노력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제한적이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실제 전체의 76%에 달하는 가구가 지난해 8월 대비 전기요금이 증가했다. 1%는 전기 요금에 변화가 없었고 23%는 오히려 요금이 감소했다.

전력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한전은 전기판매수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한전에 따르면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0.3% 늘고 요금은 15.6% 상승했다며 이에 따른 수익은 22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주택용 전력 사용량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역대 세번째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증가폭(9%)은 최근 10년간 세 번째로 크다"며 "지난 2018년 8월 20% 이상에 이어 2016년에 10% 초반대를 기록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전력도매가격(SMP·전력구입가격)이 오르면서 한전의 재무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도매가격이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영 수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게 SMP가 140원 중반에서 8월 달에는 150원 초반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도매 가격이 굉장히 높았다'며 "전력 판매 가격이 높긴 하지만 흑자 등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점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전이 지난달 평균 사용량(363kWh)을 기준으로 해외 주요국이 실제 납부한 전기요금을 원화로 환산해 비교 분석한 결과 일본(동경전력)과 프랑스(EDF)는 13만5625원과 14만8057원으로 우리의 2배를 넘어섰다. 

미국(SCE)은 15만9166원으로 2.5배, 독일(E.on)은 18만3717원으로 2.8배에 달했다. 이는 국가별 전력판매사의 여름철 주택용 누진·표준요금 기준, 세금, 부과금 등도 포함해 산출한 수치다.

전기요금 증가분이 우려했던 것보다 낮게 나오면서 전기 요금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분기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뒤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동결 중이다.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지난해 11월 인상한 뒤 더는 올리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인상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4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될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 등을 산정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고 산업부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적용 달의 직전 달 20일까지 의견을 제시하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오는 19일 연료비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