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고체 배터리 굴기에...K-배터리 차세대 전략 고심
전기차 화재 사고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반고체 및 전고체 배터리 기술로의 전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반고체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 양산까지 시작하며 차세대 배터리 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반고체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지만 삼성SDI와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반고체 배터리 기업으로는 니오, CATL, EVE에너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동펑과 셀레스는 이미 반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해 판매를 시작했으며 상하이자동차 계열의 즈지자동차는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니오는 최근 150킬로와트시(kWh) 반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말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니오 ET7을 출시했다. ET7 차량은 성능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자체 주행 테스트에서 배터리 무게가 20kg 증가했음에도 1070km를 주행하며 50% 주행 거리 향상에 성공했다.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은 반고체 배터리를 통해 차세대 음극 소재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EVE에너지 등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반고체 배터리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인 파우치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광저우자동차는 대용량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자사 전기차 브랜드에 탑재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시장 선두를 뛰어넘어 차세대 시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LG 에너지솔루션은 2026~2027년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6년 고분자계, 2030년 황화물계 순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뛰어난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장점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낮은 비용과 기술적 장벽 덕분에 상대적으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고분자-산화물 복합계는 2028년, 황화물계는 2029년에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대 하디 카니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이온 전도도를 약 10배 이상 높인 고분자 전해질을 공동 개발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며 지난해 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해 완성차 업체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단계다. 독자 개발한 고체 전해질과 리튬 음극재를 사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고 알려졌으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높은 생산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중국과 달리 아직 양산에 도달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침투율은 2025년 0.6%로 시작해 2035년 9.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며 중국에 시장을 내줬다”며 “2022년 기준 글로벌 LFP 배터리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LFP 배터리 시장에서의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혁신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