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몽골 도착…ICC 체포 영장 이후 첫 ICC 회원국 방문
2024-09-03 14:18
에너지 협력 등 논의 전망
푸틴 체포 가능성 낮아
푸틴 체포 가능성 낮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몽골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는 작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이후 처음으로 ICC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초청으로 몽골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3일, 1939년 구 소련군과 몽골군이 연합해 일본관동군을 격퇴한 노몬한(할힌골) 전투 8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후렐수흐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몽골 방문을 마친 후 4~5일에는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해 2024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몽골 방문 기간 중에는 러시아와 몽골 간에 공업, 농업, 에너지, 운송, 철도 등과 관련해 여러 양자 협력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북부 야말 지역에 있는 천연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에너지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에너지 수출길이 막혔다. 이에 러시아는 현 생산되는 대부분 석유 및 천연가스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몽골 방문은 작년 3월 ICC가 그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후 처음으로 ICC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체포 영장 발부 이후 지금까지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는 중국, 북한, 베트남 등 모두 ICC 비회원국들이었다.
이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송환해서 재판에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모든 측면은 철저히 논의됐다"며 푸틴 대통령이 몽골 방문에서 체포 당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실제로 영토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몽골은 건국 당시부터 구 소련의 도움을 받은 가운데 지금까지 친러 성향이 강해 푸틴 대통령이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이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서방 주요 정치인들이 몽골을 방문하며 서방과 몽골 간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몽골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척에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몽골 국가안보위원회 근무 경력이 있는 독립 지정학적 전문가 문크나란 바얄카그바는 뉴욕타임스(NYT)에 "몽골의 정치 기관들은 러시아와 안전하고 예상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층 쉽다고 생각한다"며 "몽골은 우선 러시아와 예상 가능한 관계를 갖고 나서 이후에 데미지 컨트롤(피해 관리)을 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외교관은 몽골 측이 서방 대표단을 불러 푸틴 대통령의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며, 그 중에는 몽골이 작년 겨울 겪었던 전력 부족 사태를 방지하고자 연료 및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