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갈등 완화를 위한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2024-09-04 06:00
유난히 무더운 여름 날씨가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 진영 간 극심한 갈등과 일부 국회의원의 막말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조사 및 대응 방안(X)'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이와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고, 33.0%는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 술자리에 참석할 의향이 없고, 71.4%는 시민단체를 같이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갈등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위로 심각하고, 갈등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연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방송 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7개 법안을 여당 측 반대에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매번 필리버스트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트는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동의로 종료시킬 수 있다. 여당의 필리버스트는 범야권 192석의 힘에 매번 멈추어야 했고 민주당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여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하도록 하였다.
노란봉투법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산업계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야당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국회에서 재의 요구로 폐기된 법안을 다시 상정하는 것은 기업 활동에 비유하면 불량 상품인 줄 알면서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이 계속해서 판매할 수 없는 불량 상품을 만들면 결국 망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국제사회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에서도 전쟁 기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우리의 국제 관계 대비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시간 사용을 기회비용 측면에서 보면 실효성 없이 폐기될 법안을 만든다고 허비한 시간은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한다.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입법을 늦추어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정부가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국정 감시 기능을 약화시킨다.
진영 간 극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부 국회의원과 사회 지도급 인사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무원이 유명을 달리했다 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부인을 살인자라고 모욕하고 그 장면이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언어 사용에는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스스로 국회의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국회의원은 당 차원이나 국회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회 스스로 금도를 넘는 의원에 대한 자정 기능이 필요하다. 국민의 심적 불쾌지수를 키우는 이러한 막말에 대해 국회의장의 입장 표명이라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이러한 막말을 하는 배경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진영 간 갈등과 무관해 해 보이지 않는다. 상대 진영에 대해 어떤 막말을 해도 자기 진영에서는 환영을 받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장이 새로 임명됐다. 이에 반대하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행태는 우리 사회 지도급 인사로 적절한 처신인지 의문이 간다. 광복절 행사는 국민을 단합시키는 국가적 행사다. 청문회 대상 자리도 아닌 독립기념관장 인사가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적 행사를 편 가르기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 문제는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광복절 행사를 분열하게 하면 진영 간 갈등만 깊어진다.
광우병 , 후쿠시마 괴담에 이어 독도 괴담으로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야당의 행태는 국익의 관점에서 선을 넘고 있다. 괴담을 퍼뜨려 소소한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은 너무 크다.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후쿠시마 괴담으로 인한 수산업계 피해를 벌써 잊었는가?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간 언어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자제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향한 언사가 거칠어지면 갈등도 깊어진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거친 언행을 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정치권의 자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