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일 우종수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에서 했듯이 서울경찰청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며 "혐의는 이번 범죄(허위영상물 등 범죄) 방조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계정정보 등 수사 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면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지금까지 전혀 검거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저희 나름대로 수사기법이 있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정부는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파리에서 체포하고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또는 공모한 혐의로 예비기소했다.

당초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을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프랑스 정부를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텔레그램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활발하게 수사에 나서고 있다.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6∼29일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총 88건의 신고를 접수했고, 이를 통해 피의자 24명이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 본부장은 "올해 1∼7월 총 297건, 주당 평균 9.5건의 신고를 접수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주에는 거의 10배에 이르는 것"이라며 "'미투 운동'처럼 과거에 그냥 넘어갔던 일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경찰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프로그램 8개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겹지인방' 등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물을 만든 뒤 유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딥페이크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자에는 범행 공모 또는 방조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