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대 증원 놓고 친윤·친한 분열 가속화
2024-09-01 16:09
친윤계 "당 소통라인 부재…韓, 설득 나서야"
친한계 "원내서 韓 무시 분위기 깔려 있다"
친한계 "원내서 韓 무시 분위기 깔려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 등 의료개혁 과정에서 심화된 당정 갈등이 당내 분열로 번지는 모양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통령실 참모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나에게 부여된 소명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개혁에 도전하고 완수하는 것"이라며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민적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은 유예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며 당정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당 지도부와 정부, 의원들 간 소통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는 것 같지 않다며 한 대표를 향해 비판 수위를 올렸다.
친윤계 5선 권성동 의원은 30일 당 연찬회에서 특강을 열고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가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의원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모으는 절차를 더 자주 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설득을 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에 불참한 한 대표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기싸움 하듯 연찬회에서 개인일정을 핑계로 장관의 보고를 패싱한 것은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자세"라며 "저녁 늦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하실 시간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상의해야 한다"고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당정 갈등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계파 간 대립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한 대표가 지난 7월 중순 취임 이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제3자 채상병 특검법 수용 문제 등을 두고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드러낸 만큼,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서서히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수장인 추경호 원내대표도 "의료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동의한다"며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친윤계의 잇따른 비판이 나온 것은 달갑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일시적 유예가 필요하다는 한 대표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맞다"며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미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 강공으로 나가는 측면이 있다.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작정 비판하는 분들은 용산의 뻐꾸기 아닌가"라며 "원내 일각에서도 대표가 국회를 모른다며 무시하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당 의원은 "(의대 증원 문제는) 결국 여당과 정부가 같이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 당정 갈등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그걸 이용해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안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