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트'로 그린 영원불멸…니콜라스 파티의 탄생과 소멸

2024-08-31 06:00
고미술품, 파스텔로 재해석
벽화, 전시 종료 후 먼지로…"흙에서 흙으로"
방마다 새로운 세계…대자연의 무한한 시간 체감

Installation View of Nicolas Party Dust_Hoam Museum of Art (Photo Sangtae Kim) [사진=호암미술관]


“모든 것은 흙에서 흙으로..."

가루로 탄생한 영원불멸이 다시 가루로 돌아간다.
 
29일 찾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시는 아치를 지나 각 방으로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했다.
 
전시는 고미술품 속 불멸의 모티프들을 생명의 탄생, 노화, 멸종과 소멸 등으로 재해석해, 대자연의 무한한 시간을 체감케 한다.
 
파스텔화의 대가인 파티는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인 ‘십장생도 10곡병’, ‘노백도’, ‘군선도’ 속 장수를 상징하는 모티프들을 파스텔화로 재해석했다. 그의 작품과 고미술품이 만들어낸 묘한 조화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죽음을 환기시켰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은 전시가 끝나면 먼지가 돼 사라진다. 파티는 이날 “벽화의 일시성이 전시 전반에 담긴 죽음과 소멸의 주제와 잘 연결된다. 흙에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작품은 매우 천천히 소멸한다. (호암미술관 앞) 저 정원의 석조물도 끊임없이 마모되고 변한다. 수천 년 후에 석조물도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이 땅도 사라질 것이다. 작품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성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icolas Party_Creases_2020 (c) Nicolas Party (Photo Adam Reich) [사진=호암미술관]

파티는 영원불멸을 기원하는 고미술품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장수를 기원하는 ‘노백도’는 휘몰아치는 강렬한 생명력을 보여주지만, 그 옆에 자리한 파티의 주름 연작은 주름진 신체와 그 위의 곤충이 시체를 연상케한다. 삶과 죽음의 공존은 그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굴과 백자 태호, 꽃, 버섯, 멸종된 공룡 등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들도 어우러졌다. 동굴 벽화 앞 백자 태호는 자연과 만물의 탄생을 느낄 수 있다. 김흥도의 군선도와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을 참조해 그린 팔선을 형상화한 초상화는 인간과 동물, 식물, 사물의 경계가 허물어져, 지극히 초현실적이다.
 
Nicolas Party_Portrait with Celadon Ewer_2024 (c) Nicolas Party (Photo Adam Reich) [사진=호암미술관]

인간의 삶을 초월한 무한한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있다. 영생을 꿈꾸는 십장생도와 달리, 파티의 풍경화는 인류 이전과 이후의 경계조차 모호한 시간의 무한성을 구현했다.
 
군선도와 나체의 뒷모습 역시 묘한 대비를 이룬다. 불로장생을 이룬 신선들의 역동성과 달리 나체의 인물들은 똑바로 서서 좁디좁은 멈춰버린 시간 안에 갇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파티는 그의 작품이 관객들의 상상에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아티스트로서 나를 초월하는 뭔가를 만들고자 한다. 나보다 거대한 무언가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끊임없이 현시대에 소환돼 여러 주제를 논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그러한 복잡성을 내 예술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며, 유료 관람이다.
 
Installation view of Nicolas Party Dust_Back with Sticks_Back with a Face_Back with Purple Peaches (c) Nicolas Party (Photo Sangtae Kim) [사진=호암미술관]
 
Nicolas Party_Portrait with Peaches_2024 (c) Nicolas Party (Photo Adam Reich) [사진=호암미술관]
Nicolas Party_Fall Landscape_2024 (c) Nicolas Party (Photo Adam Reich) [사진=호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