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한경협 정경유착 고리 끊을 의지 있는지 근본적 의문"
2024-08-26 14:46
26일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
김병준 한경협 상근고문 겨냥
김병준 한경협 상근고문 겨냥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두고 한경협의 정경유착 논란에 쓴소리를 내며 재고려 의사를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준감위 정기회의에 참석한 이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의 준법 경영을 위한 윤리 경영위 활동은 긍정적이나,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점도 경험·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경협의 정경유착 단절 의지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 대행이 여전히 상근 고문직으로서 한경협 안팎으로 활동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회장 대행으로서 신임 회장 후보 추천과 한경협 출범까지 역할을 맡아왔으며 류진 회장 취임 후 상근 고문으로 남아있다. 한경협은 김 상근 고문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월급과 개별 차량, 활동비 등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는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면서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 유착의 전리품이 돼,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 자리가 이번 한 번만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아 있을 것에 대해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기는 쉽다. 그런데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두고 "준감위에서 신중하게 다시 한번 고민하겠다"며 "그간 준감위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활동한 만큼 삼성의 준법 경영 시행·정착 의지를 다시 한번 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시 삼성과 아무런 의사 교환 없이 준감위에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 추진에 대해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쪽 일정을 검토 중이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8월 한경협 출범 당시 4대 그룹(삼성·SK·현대·LG)은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 자격으로 우회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다시 낸 곳은 현재까지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달 초 납부했으며 SK그룹도 최근 납부한 것으로 이날 오전 알려졌다. 회비 납부는 한경협 회원사로서 각종 공식 활동 합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2017년 가장 먼저 전경련을 탈퇴한 LG전자는 아직 납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은 지난 4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에 35억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