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반대한 국민연금

2024-08-23 14:36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 SK서린빌딩 전경[사진=SK]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표를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양사의 '합병비율'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날 열린 '제10차 위원회'에서 SK이노베이션 임시주주총회 제1호 의안인 '합병계약 체결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주식 608만9654주(보유비율 6.28%)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SK E&S는 투자하고 있지 않다.
 
수탁위가 반대한 이유는 SK이노베이션 주주입장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을 통해 SK온에 대한 재무적 부담은 보완할 수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보통주 기준시가,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값으로 산정했다.
 
문제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수준이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일 기준 0.31배로 역사적 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을 6.3%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그동안 양사의 합병을 반대해온 SK이노베이션 일부 주주들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수탁위 내부에서도 이번 합병가액에 대해 SK그룹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SK E&S에게 더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최대주주인 SK는 각각 보통주 지분 36.2%와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비율로 합병이 확정된다면 합병법인인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55.9%로 확대된다.
 
반면 현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6.3%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합병법인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이 4.1% 정도로 축소된다고 계산됐다.

한편, SK그룹은 적자상태인 SK온을 구하기 위해 전사적 지원에 나선 상태다. 이차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SK온은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2021년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한다. 

SK그룹은 양사의 합병을 통해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창출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지닌 원유와 가스 자원 개발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인 이차전지 벨류체인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사가 합병하면 자산이 100조원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결정에 대해 "AI 시대에는 전력 문제가 필수적인 화두기 때문에 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두 회사가 합쳐지면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가 되기 때문에 주도권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고 말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