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이커머스 정산기한 규제 임박...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도

2024-08-22 17:09
여야, 잇달아 법안 발의하며 '정산 기한 단축' 경쟁
중소업체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악순환 초래 우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결제 대금 미정산 사태로 정부와 정치권이 법의 ‘사각지대’로 지목된 이커머스 업체 정산 기한을 개정하려는 가운데 사태 진정에만 초점을 맞춘 '급격한 정산기한 단축'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커머스 판매 대금 정산 기한 개정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정산 기한을 대폭 줄이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발의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대부분 14~20일 이내로 정산 기한을 짧게 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제도 개선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커머스 정산 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 정산 기한인 최소 40일보다 단축하고, 판매 대금 중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하도록 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정산 기한은 40~60일 정도다. G마켓과 11번가는 최단 1영업일 이내 정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빠른 정산을 통한 안전 거래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자체적으로 정산 기한을 최대로 악용한 티메프 사태가 있다. .티몬과 위메프와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은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정산 기한이 최장 70일까지 늘어났다. 업체별로 정산 기한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산 기한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부담이 가중돼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투자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이 정산 주기 압박까지 받으면 자금난으로 인한 미정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가구·패션 등을 취급하는 오픈마켓 '알렛츠'가 지난 1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운영 종료를 공지했다. 같은 날 오후 박성혜 인터스텔라 대표는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불과 2∼3일 전만 해도 어떻게든 잘 버티면서 티메프로 시작된 여러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최근 논의됐던 마지막 투자 유치가 8월 15일 최종 불발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알렛츠뿐만 아니라 NHN위투가 운영해온 쇼핑몰 1300K, 공동구매 플랫폼 사자마켓 등이 다음 달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산 기한을 단축하겠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대기업들은 빠른 정산이 가능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자금 융통이 어려워 빠른 정산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규제로 인해 타격을 받아 거래가 막히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입점 판매자들과 소비자들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