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포드 '수요 둔화' EV생산 속도 늦춰...SK온·LG엔솔과 배터리 협력 강화
2024-08-22 14:04
전기차 수요 둔화에 수조원대 손실 감수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발맞춰 수조원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수요가 둔화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비중을 늘리고, 수요가 높은 일부 전기차 트럭 등 일부 차종 생산과 출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포드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등 국내 업체와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포드는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차 사업 효율화 계획을 제시했다. 포드는 가족용 대형 차량인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 낮은 전기차 모델의 생산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순수 전기차 생산 관련 연간 자본지출 비중을 기존 40%에서 30%로 축소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전체적으로 늦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포드 자동차의 부회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존 롤러는 이날 CNBC 방송에 "시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모이는지 보았듯, 우리는 경쟁 우위가 있는 분야인 상업용 육상트럭과 SUV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 중에서도 자본 효율적이고 수익성 있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포드는 익스플로러 등 인기 SUV 차종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2025년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뒤 2027년으로 출시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이어 아예 출시를 백지화하고 대신 최근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35.3% 늘어난 71만5768대를 기록해 전기차(59만9134대)를 추월했다. 반면 포드는 올 상반기 전기차 부문에서 24억6000만 달러(약 3조2922억원)의 손실을 봤고, 휘발유·상업용 차량 부문의 수익성은 악화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포드는 이미 투입된 시설투자비 손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드는 이번 생산 계획 취소에 따라 이미 집행된 시설투자비 포함 총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의 비용이 상각(차감) 처리 되거나 추가로 지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포드는 내연기관차 조립공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도 3열 SUV 전기차 생산단지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내연기관 모델 생산시설로 바꾸겠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다만 포드는 여전히 일부 상업용 전기차 수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포드는 상업용 밴 전기차 신규 모델을 2026년에 출시하기로 하고, 차세대 전기차 픽업트럭(적재함 덮개 없이 측면이 차체와 일체화된 차종) 출시 시기를 2027년으로 1년 늦춰서 생산하기로 했다.
포드는 이 같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미국 내에서 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제조사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포드는 LG엔솔과 함께 현재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머스탱 마크-E 제품용 배터리 일부를 내년 중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 생산된 전기차에 적용되는 7500달러(약 1003만원) 세액공제 조항 자격 조건을 취득하기 위함이라고 포드는 설명했다.
아울러 포드는 SK온과 합작해 세운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에서 2025년 중반부터 E-트랜짓 전기트럭과 F-150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 공장은 2025년 말부터 포드의 신형 전기 상업용 밴과 추후 신기술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포드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함께,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도 IRA 지원금 대상으로 선정된 일리노이주 자동차 공장 가동 계획을 연기하기로 해 노조의 반발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