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둬둬發 가격 경쟁 후폭풍...알리바바, 2분기 순익 27% 급감

2024-08-16 14:02
고급화로 전략 선회...환불정책 수정 등 판매자 보호 나서
업계 2위 징둥은 호실적..."앞으로도 저가전략 고수할 것"

알리바바 사옥 [사진=AP·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핀둬둬(PDD)를 중심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가격이 아닌 브랜드 경쟁력 제고로 전략을 선회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15일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이 2432억3600만 위안(약 46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으나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2490억5000만 위안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240억2200만 위안으로 27%나 감소했다.

전자상거래 사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2분기 알리바바 산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티몰 매출은 1% 줄어든 1133억7000만 위안에 그쳤다. 다만 한국에서도 인기몰이 중인 알리의 선전으로 글로벌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32% 늘었다. 알리바바 수익의 30%를 담당하는 고객관리수수료(광고 수익·수수료 포함)가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친 것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사실 알리바바는 지난해부터 핀둬둬가 촉발한 가격 경쟁에 휘말리며 고전을 이어오고 있다.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 핀둬둬가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오자 알리바바는 ‘100억 위안(약 1조9000억원) 보조금’ 정책 등을 도입하며 견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100억 위안 보조금은 판매자와 고객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상품 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2019년 핀둬둬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정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핀둬둬를 따라 반품 없이도 환불을 해주는 정책도 도입했다.

알리바바의 실적 부진은 이 같은 맹목적인 가격 경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 6월 광군제와 함께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 불리는 6·18 쇼핑 축제 때도 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총거래액(GMV)이 전년 대비 7% 감소한 7428억 위안에 그쳤다. 이 기간 GMV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알리바바는 향후 저가 전략을 포기하고 고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중소 영세기업 중심의 핀둬둬와 달리 알리바바에는 대형 브랜드 입점사와 구매력이 큰 이른바 '큰손'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최근에는 판매자 보호를 위해 반품 없이 환불이 가능한 정책도 일부 수정해 우수 판매자의 경우 구매자와 직접 협의해 반품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는 9월부터 판매자의 확정된 거래에 대해 0.6%의 기본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수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티몰에서는 판매자에 대해 연간 서비스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고, 타오바오는 아예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는다.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전자상거래 서비스 매출이 단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핀둬둬가 등장한 2019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이어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 시장점유율은 37%, 징둥과 핀둬둬는 각각 18%, 19%였다.  

한편 알리바바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징둥도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징둥 매출은 1.2% 증가한 2914억 위안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45억위안으로 69% 늘었다. 징둥도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핀둬둬가 촉발한 가격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순이익이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징둥은 앞으로도 저가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쉬란 징둥 CEO는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지속불가능한 가격 인하를 초래하는 단기 보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강점을 내세워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