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도 '김경수 복권' 반대…尹-韓 갈등 불씨 여전
2024-08-12 16:48
與 4선, 김경수 복권 반대 의사 피력
박지원 "이재명, 윤 대통령 측에 김경수 복권 요청"
박지원 "이재명, 윤 대통령 측에 김경수 복권 요청"
앞서 한동훈 대표가 측근을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낸 상황에서 국민의힘 4선 중진 의원들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같이하며 힘을 실어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복권 대상을 확정할 경우, 7·23 전당대회 이후 봉합 조짐을 보였던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불씨가 당·정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4선 중진들은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한 대표와의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김 전 지사 복권 문제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이 먼저 '우리 지지층 이탈이 걱정된다'는 등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며 "한 대표도 언론에 난 것처럼 반대 의견을 말했지만 주로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뜻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졌고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본다. 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짧게 말했다.
앞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8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 전 지사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대표는 측근 등을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대통령실은 "사면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측이 컸지만, 이날 몇몇 당 중진들의 지원사격에 주도권 싸움에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다른 참석자도 "대통령께서 충분히 여러 의견을 취합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지지층에서도 복권 반대 여론이 강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김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범죄 행위 인정은커녕 사과도 하지 않은 만큼, 죄질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다.
실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글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를 조작한 사람"이라며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선거 사범 사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보인 것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의 사면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김 전 지사의 태도가 불량스럽다는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권 인사들은 내분 가능성을 의식한 듯 당정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국무회의에서 (복권이) 최종 확정되면 필요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유임 문제로 있지도 않았어야 할 갈등이 봉합된 상태"라며 "지금 공개적으로 말하면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한 대표도 충분히 알 것"이라고 했다. 한 친윤계 의원도 "사면권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전 대표가 윤 대통령 측에 김 전 지사를 복권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특히 박 의원은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용산 회담 개최 시기 무렵 윤 전 대통령 측이 이 전 대표의 총선 지역구 경쟁자였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국무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전 대표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김 전 지사는 복권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이에 대해 '경쟁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답변해 사실상 제의를 거부했다"며 "완전히 공작 정치이자 야당 파괴 공작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전 대표가 그것을 거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