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유인촌 "새로 태어날 적기"… 71억 보조금 조사

2024-08-13 00:01
배드민턴협회 운영 실태 점검
"변화 못따라 가면 어려움 겪어"
체육계 전반으로 확대 가능성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육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개혁해야 할 적기가 지금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에 따른 것이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5일 선수 부상관리, 선수 훈련 지원,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및 대회출전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유 장관은 체육계가 시대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 변화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젊은 선수로 바뀌는 등 모든 게 바뀌고 있다”며 “그 변화에 따라가는 단체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들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올림픽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만큼, 이번 기회에 새로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안세영이 제기한 부상관리 미흡, 복식 위주의 훈련, 대회출전 강요 의혹 등과 관련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간 논란이 되어온 제도적 문제와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올해 기준으로 문체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지급한 71억원가량의 보조금이 실제로 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는지 등도 들여다본다. 
 
주요 제도개선 사항으로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훈련과 대회출전 지원의 효율성 △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과정 참여 필요성 등이 있다. 또한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배드민턴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가 합리적인지, 선수의 연봉 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공정과 상식이 체육계에 뿌리내리도록 유도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와 유사한 관행이나 문제를 가진 다른 체육 단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제기된 문제들이 배드민턴협회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다른 단체들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협회와 국가대표팀 등 관계자 의견 청취, 현장 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등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한 후, 다음 달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도 진행 중으로, 이 역시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이정우 체육국장이 단장을 맡는다. 조사단은 조사 경험이 있는 문체부 직원과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이 국장은 “회장 및 임원단을 포함한 협회 관련자들을 먼저 조사할 것”이라며 “안세영 선수는 귀국 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조사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조사를 길게 끌지 않을 계획으로, 9월 중 결과 도출을 목표로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