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플랫폼의 위기상황, 정산주기 규제가 해답인가?
2024-08-13 06:00
올해 7월 한국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큐텐에 통합된 티몬, 위메프에서 촉발된 플랫폼 신뢰 위기로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현재 위기 상황은 큐텐의 범위를 넘어 지불대행업체(PG사), 카드사와 같은 조성기관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상품공급과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판매자를 생사의 갈림길로 몰아가고 있다.
특정 플랫폼의 관리 실패가 한국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자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주는 정산 주기가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산 주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산 주기에 대한 규제는 어떤 상황을 만들까? 더 나아가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커머스 플랫폼, 특히 중소플랫폼에 대해 정산 주기에 대한 제약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그것은 온라인 시장 성장에 대한 제약을 주겠다는 의미와 같은 뜻이 된다. 만약 우리 유통시장이 외부와 차단된 닫힌 생태계라면 문제없을 것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기업 간의 경쟁과 시장형성이 되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닫힌 유통생태계를 추구하다가 아마존 재팬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온라인 시장이나, 중국계 플랫폼이 된 라자다가 자국 플랫폼인 줄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통해 방어할 수 있을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생각하면 답은 명약관화하다. 또 다른 문제는 판매자 보호를 추구하다가 무자료 거래의 온상으로 커머스 플랫폼이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진출입과 폐업 처리가 용이하다. 어떤 경우 정산 주기가 짧아지게 되는 것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무자료 거래의 유통을 부추기고, 심한 경우 재고가 한정된 무자료 거래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삼아 주문을 받은 후 정산받고 사업자는 사라지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현재의 오픈마켓 시스템이 생겨나는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이러한 사건이 우리 시장에도 있었다.
정산 주기와 판매자 관계관리는 현대 유통시장에서 유통플랫폼의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다. 티몬, 위메프는 자금 흐름의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 문제의 원인이지, 정산 주기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판매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현재 규정되어 있는 에스크로 제도나 판매자 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신 판매가나 구매가가 비싸질 수 있는 희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플랫폼의 판매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역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산 주기 규제와 같은 지금 당장 무엇인가 규제하는 대증적 요법은 속 시원하고 뚜렷한 해결책인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커머스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또 다른 제약요인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