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구원 "두뇌 전기자극으로 식욕 억제 유도 확인"

2024-08-07 09:00

대사증후군 치료·관리를 위한 '생체 신경 자극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신기영 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사(앞줄 왼쪽)와 최형진 서울대병원 교수(앞줄 오른쪽) 연구팀 [사진=KERI]

국내 연구진이 두피를 통해 대뇌 피질을 전기적으로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7일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따르면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소속 신기영 박사팀이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 기술로 배외측전전두엽의 피질에 비침습적으로 전기 자극을 수행하면 식욕 억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 박사 연구팀은 비만과 고혈압, 높은 중성지방 등 여러 대사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치료·관리를 위한 생체 신경 자극 기술 연구·개발(R&D) 일환으로 이번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최형진 서울대병원 교수팀과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임상은 tRNS를 받는 30명, 위약 투약 30명 등 모두 60명의 여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tRNS 치료군에는 2주간 2~3일 간격으로 6회에 걸쳐 전기 자극을 줬다. 1회당 20분씩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인 2밀리암페어(㎃) 전류를 사용했다. 그 결과 tRNS 치료군은 위약군보다 식욕과 먹고자 하는 의향, 배고픔이 적었다.

tRNS가 감정적 섭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확인했다. 스트레스·우울·불안·기쁨 등 감정을 처리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경향이 크게 줄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장기간 체중 감소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tRNS 치료군은 식욕 억제 효과가 컸다고 답변했다.

신 박사는 "추가 연구와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전기 자극 치료 장비가 상용화되면 집에서도 식욕 억제 관리를 쉽고 간단하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적인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먹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기 자극과 운동 치료를 병행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도입하면 더 큰 체중 감소 효과를 누리고, 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박사 연구팀은 대사증후군 치료·관리 R&D 일환으로 △원하는 특정 부위에 알맞은 전기 자극을 정확하게 줄 수 있는 기술 △전극이 머리카락 사이 공간으로 잘 침투해 두피와 접촉할 수 있는 전극 기술 △전기 자극이 목표 지점에 잘 전달돼 두뇌 활성도에 변화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해 중점추진과제 1단계(2022~2024년)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2단계 사업 등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 기술을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하고 기업체 기술이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