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2024] '국제적 망신' 韓 유도의 반란...혼성 단체 銅 따며 메달 5개 '수확'
2024-08-04 04:58
대한민국 유도의 반란이다. 개인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낸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품으며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이후 24년 만에 5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대한민국 유도 혼성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4-3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앞서 대표팀은 지난 5월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이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세계선수권' 단체전 경기에서 몰수패를 당했다. 당시 원종훈이 매트에 올라가 허리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는데, 국제유도연맹(IJF)의 '매트에 올라온 선수가 경기를 거부하면 해당 팀은 실격 처리되고, 더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이 약이 됐을까. 절치부심한 대표팀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호성적을 냈다. 유도 남자 100kg+급 김민종과 여자 57kg급 허미미가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81kg급 이준환과 여성 78kg+급 김하윤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날 혼성 단체전까지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에게 혼성 단체전 메달 획득은 큰 도전으로 여겨졌다. 혼성 단체전은 남자 3명(73kg, 90kg, 90kg 이상급), 여자 3명(57kg, 70kg, 70kg 이상급)이 펼치는 경기다.
대표팀은 남성 73kg급 선수와 여자 70kg급 선수가 없다. 그래서 안바울과 김지수가 대신 출전했다. 여기에 대표팀 에이스인 김민종이 지난 2일 열린 남자 100kg+급 개인전을 치르다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혼성 단체전 16강전에서 튀르키예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뒀고, 8강전에서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강' 프랑스에 1-4로 지며 패자부활전으로 밀렸다.
우즈베키스탄과 패자부활전 라운드에서 81kg급 이준환이 한 체급 위인 다블랏 보보노프를 상대로 반칙승을 거뒀고, '여자 78kg+급 동메달리스트' 김하윤도 한판승으로 힘을 보탰다. 김민종까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한판승했다. 그리고 끝내 안바울이 한 체급 위의 상대를 12분 37초 동안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지도승을 만들어내 동메달 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독일과 접전을 펼쳤다. 김하윤, 김민종, 허미미가 승리를 거뒀지만, 이준환, 안바울, 김지수가 연이어 져 3-3 상황이 나왔다. 결국 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7경기에서는 추첨을 통해 상대를 정한다. 대표팀으로선 안바울, 김지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것이 유리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체급은 남자 73kg급으로 정해졌고, 안바울이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 앞서 안바울은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한 체급 위의 이고르 완드케와 마주했다. 7경기에 나선 안바울은 달랐다. 장기인 체력을 무기 삼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5분 25초의 승부 끝에 반칙승을 유도해내며 대표팀의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안바울은 대한민국 유도 역사상 최초의 3회 연속 메달리스트(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은, 2020 도쿄 올림픽 개인전 동,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단체 동)가 됐고, 김민종, 김하윤, 허미미, 이준환은 2개의 메달을 얻어냈다. 출전한 모든 유도 대표팀 선수들도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유도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