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민주당, 탄핵소추 추진
2024-07-31 21:43
31일 오전 임명 직후 취임식 열어
오후 비공개회의서 방문진 이사 임명
오후 비공개회의서 방문진 이사 임명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공식 취임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탄핵 소추를 발의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제34차 회의를 열어 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한국방송(KBS) 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 안건은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에 관한 건 △위원 기피 신청에 관한 건 △KBS 이사 추천·방문진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 △KBS 이사 추천·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건 등 총 4건이다.
이 위원장 임명에 반대해 온 야당은 다시 한번 날을 세웠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이진숙은 공직을 수행할 자질, 능력,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0점 인사"라며 "극우적 사고 방식, 노조탄압 기획, 방송 장악 부여, 업무상 배임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까지 의혹들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자마자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신속하게 공영방송 이사 임명 문제를 처리하려는 게 아니냐. 많은 분이 예상하는 것처럼 (이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면) 내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고, 두 사람은 모두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되기 전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민주당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업무 마비가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의도에서다. 8월 12일까지 임기인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의결하면 당장 시급한 문제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도 방통위원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전임 방통위원장들의 자진 사퇴를 두고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방송과 통신 정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 대해 탄핵이 의결되면 한동안 방통위 업무가 또다시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1년 넘게 위원장 탄핵과 사퇴를 반복하면서 '식물 방통위'라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당장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이동통신 3사 담함 의혹 △전환지원금 실효성 논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해외 진출 지원 △지상파와 인터넷TV(IP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제정 △콘텐츠 사용료 대가산정 제도 개선 △구글·넷플릭스 등 망 사용료 지급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후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업무상 배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공여 의혹을 밝히고자 고발에 나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