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韓 유통기업] ④지역부터 글로벌까지 소프트파워 키운다...정지선, 더현대 성공 DNA 확장 나선다

2024-07-31 17:46
현대백화점, 쇼핑에 체험을 더해 트렌드세터 지위 구축
더현대 서울 통해 백화점 업계 트렌드 주도했다는 평가
일본 유통 그룹 파르코와 업무협약 맺어...현지 팝업 운영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사진=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쇼핑에 체험을 더한 공간으로 소프트파워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역 뿐만 아니라 글로벌까지 확대해 트렌드세터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대대적인 재단장을 진행 중이다.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패션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MZ세대를 겨냥했다. 백화점 업계 최초 ‘무신사 스탠다드’를 입점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마뗑킴’ 등 브랜드로 ‘트렌디관’을 채웠다.
 
1일에는 중동점 명품 라인업을 강화한 ‘럭셔리관’을 새롭게 선보인다. 구찌,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몽클레르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이 선보이는 트렌디한 감성의 오프라인 공간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백화점을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매출 규모는 백화점 '빅3' (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적다. 백화점 사업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롯데백화점이 3조2228억원, 신세계백화점 2조5570억원, 현대백화점 2조4026억원 순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2021년 '더현대 서울'을 선보이며 오프라인 유통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백화점 업계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정 회장이 직접 개발 콘셉트와 방향성을 정하고 진두지휘했다. '유통 무덤'이라고 불리는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열며 백화점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계획을 실현했다.
 
더현대 서울은 콘텐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공간으로 쇼핑에 체험형 콘텐츠를 더했다.
 
빠르게 변하는 유통 트렌드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에 주목했다. 통상 1년에 한 번씩 MD를 개편하는 백화점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MZ세대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년간 더현대 서울이 열었던 팝업스토어는 750여개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200개의 팝업스토어가 오픈했다.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매출은 지난해 약 550억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는 약 270억원을 달성했다.
 
’쇼테일(Show+Retail)‘ 전략으로 문화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더현대 서울은 유통 공간을 하나의 문화 공연 쇼케이스 현장으로 만들었다. 뉴진스·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 그룹의 데뷔나 신곡 발표를 진행하거나 아바타·쥬라기공원 등 신작 영화를 홍보하며 더현대 서울만의 소프트파워를 키워 나갔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노하우는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더현대 글로벌‘을 선보였다. 해외 현지 리테일 업체에 한국 패션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첫 번째 무대는 일본이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대형 유통 그룹 파르코와 더현대 글로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현대백화점과 파르코는 일본 도쿄 최고의 ‘MZ 쇼핑몰’로 꼽히는 파르코 시부야점을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부터 국내 신생 패션 기업들의 팝업을 선보인 바 있으며, 매번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5월 24일 열린 '마뗑킴' 팝업은 3일간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더현대 글로벌' 팝업 매출은 한 달 만에 13억원을 돌파했다. 역대 파르코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 기록도 경신했다.
 
현대백화점의 소프트파워 확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9월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복합쇼핑몰 ’커넥트 현대‘로 재단장한다. 커넥트 현대는 일반적인 백화점 MD(상품기획) 형태를 벗어나 백화점·아웃렛·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형태다.
 
현대백화점은 커넥트 현대를 통해 부산의 특색을 살린 지역 콘텐츠와 체험형 테넌트, 정상 상품과 이월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복합 매장을 선보인다. 이는 기존 지역 백화점을 커넥트 현대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시켜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로 선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현대 서울도 광주에 지어질 계획이다. 더현대 광주는 부지 3만3000㎡, 연면적 30만㎡ 규모로 지하 4층, 지상 7층 건물로 더현대 서울의 1.5배 크기로 만들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 될 전망이며 준공과 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