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좌초된 네 번째 통신사…정책 실효성 '의구심'

2024-07-31 15:21
과기정통부, 스테이지엑스 4이통사 후보 자격 취소 확정
스테이지엑스 '깊은 유감"…가처분·손해배상 등 대응 예고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네 번째 이동통신사 후보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자격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정부가 꾸준히 추진한 '제4이통사' 출범 시도는 8번이나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후보 자격이 취소된 스테이지엑스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최종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4일 스테이지엑스에 4이통사 선정 취소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이날 결정은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통해 과기정통부와 스테이지엑스 측 의견을 최종적으로 청취한 후 이뤄졌다. 청문은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가 주재했다.

취소 확정은 스테이지엑스가 지난 1월 말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을 법인으로 선정된 후 약 6개월 만이다. 스테이지엑스는 해당 주파수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5G 28㎓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며 4이통사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에 달하는 최고 입찰액을 제시해 주파수 할당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5월 7일 주파수 할당대가의 10%인 430억원과 자본금 납입증명서 등 각종 필요 서류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제4이통사 자격 취소를 사전 통보하면서 "스테이지엑스가 필요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추가적인 해명과 이행 요구에도 취소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파수 할당 신청 시 주요 구성 주주들이 서약한 사항도 지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신청서에는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5월 7일 기준으로 이에 현저히 미달하는 금액만을 납입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스테이지엑스 측이 실제 납입한 금액은 300억원대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나머지 금액을 오는 3분기까지 납입하고, 주요 주주들과도 논의하겠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 야놀자·더존비즈온 등 스테이지엑스가 언급한 주요 주주들도 5월 7일 기준으로 대부분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았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신청서에 기재된 구성주주,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이 실제와 크게 다르다고 봤다. 인가 없이 임의로 구성주주와 주식소유비율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서약서도 어겼다고 간주했다.

청문 후에도 이런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청문 주재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서 전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필요 사항을 불이행하고 서약서를 위반해 선정 취소는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납부한 430억원도 반환 조치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7일 영등포구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언론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2024.02.07[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과기정통부가 주파수 할당신청서 미이행과 서약서 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다고 주장했다. 주파수 할당신청서는 전파법 시행령상 주파수 이용계획서 내용이 바탕을 이루는데, 이용계획서에는 주파수 할당 결정 이후 자본금을 납입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는 것이다. 실제 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고 이용계획서에 기재된 내용을 어기지 않은 만큼 구성주주와 주식소유비율 변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스테이지엑스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요청에 따라 3개월 가까이 추가 설명자료와 증빙자료 제출, 청문 등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며 취소 처분이 부당함을 충분히 제시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향후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4이통사 선정 실패는 2008년부터 거듭돼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다른 이통사 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알뜰폰 시장 확대나 기존 통신사의 온라인 전용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통신사가 필요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최저 2만원 중후반대 5G 요금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면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1만원대 요금제도 많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연구반을 구성‧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연구반은 관련 제도에 미비점이 있는지 살피고, 주파수 할당 제도 개선안과 향후 통신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