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하이부동산] "선도지구 기대감 낮아요"…분당 널뛰는데 평촌·산본 '잠잠'
2024-07-31 06:00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가장 많은 규모인 1만2000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예정인 분당은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돕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두고 일각에선 '분당 특별법'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에서 시범삼성·한신과 함께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시범한양아파트의 전용면적 148㎡는 지난달 초까지 17억~18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다 선도지구 공모 지침 발표 이후인 7월 초 역대 최고가인 23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현재 매물은 대부분 23억원에 나와 있다. 같은 단지 전용 134㎡는 지난달 최고가인 20억원에 손바뀜돼 올해 초(16억8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올랐다. 이 단지 집주인들은 현재 22억~23억원의 호가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파트값이 뛰어오르자 분당 집주인들은 선도지구 추이를 지켜보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날 기준 4363건으로 집계됐다. 연초(4733건)와 비교하면 8%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분당 뜨거운데 평촌·산본은 매물 쌓인다…가격도 신고가 vs 하락거래 온도 차
반면 1기 신도시 가운데 경기 산본, 평촌 등은 매물이 오히려 늘고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등 분당과 상반된 분위기다. 선도지구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분당과 같은 기간 군포시 아파트 매매 매물은 2481건에서 2675건으로 8% 늘었으며, 평촌이 속한 안양시 동안구는 3725건에서 3715건으로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전용 41㎡는 2년 전 기록한 최고가 6억원보다 41% 떨어진 3억5500만원에 지난달 2일 거래됐다. 인근 3개 단지와 통합 재건축 추진을 목표로 하는 '한양백두' 전용 96㎡는 지난달 5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3년 전 세운 최고가(7억9000만원)보다 29% 하락했다. 올해 초 5억9800만원에도 거래됐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산본의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하이어스' 전용 84㎡는 지난달 8일 9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3년 전 최고가(12억4000만원) 대비 23% 하락한 금액이다. 같은 날 산본동 'e편한세상금정역에코센트럴' 전용 85㎡ 역시 3년 전 최고가(9억7500만원, 12층)보다 28% 내려간 7억원에 손바뀜됐다.
용적률 높고 임대주택 많아 사업 난항 예상…"선도지구 지정돼도 문제"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중 평촌, 산본은 높은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중 등으로 사업 동력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용적률은 분당(184%)과 일산(169%)이 양호한 반면, 중동(226%)과 산본(205%), 평촌(204%)은 용적률이 200%를 넘겨 일반분양 수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분담금이 많이 나오고 시세 차익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안양시가 평촌에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 부정적인 방침을 고수한다는 점도 사업성이 좋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안양시는 평촌신도시 재정비에 330% 수준의 '기준 용적률'을 적용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역세권, 중심상업지구, 중심업무지구 등 고밀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최대 150%까지 추가할 수 있는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실상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평촌보다 사업성이 낮은 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도 고밀개발에 따른 용적률 상향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오르는데 기존 구축 매매가격이 따라오지 못하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용적률도 크게 높이지 못하면 분담금 폭탄으로 사업이 거의 멈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다 산본과 평촌은 임대주택 비율도 높다. 주산연에 따르면 산본은 임대주택 비율이 전체의 33.9%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고 평촌(24.5%)이 두 번째다. 분당(13%), 일산(14.2%), 중동(17.1%) 등은 10%대 수준이다. 특히 산본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혼합 단지가 많아 선도지구 지정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선도지구 신청 대상에서 혼합 단지는 제외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임대주택 거주민들에 대한 이주 대책을 별도로 수립해야 하고, 임대주택 재정비에 관한 지침이 현재 미비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 내에서는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촌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 소유주는 "우리 단지는 용적률이 210%를 넘는데 시세는 아직 낮아 사업성이 다소 떨어진다. 선도지구에 지정되고, 3~4년 전 같은 부동산 폭등기가 다시 온다고 해도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소유주 역시 "분당은 괜찮은 매물이 다 나가거나 거둬들이고 있다는데, 여기는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정비업계 전문가는 "시세가 높은 분당, 용적률이 낮은 일산 외에 평촌과 산본, 중동 등은 집값이 많이 오르거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1월 선도지구 발표…어느 단지가 될까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6월 25일 '2024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선정' 공모를 공고, 오는 9월 23~27일까지 닷새 간 접수를 받은 뒤 10월 평가, 심사를 거쳐 11월 선도지구 선정을 발표한다. 선도지구란 1기 신도시를 앞으로 어떻게 정비해갈지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으로, 선정되면 각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 선도지구 선정 평가기준은 주민 동의 여부,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정비사업추진의 파급효과 등 100점 만점에 공공시행 방식을 적용한 사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5점의 가점을 준다.
평촌은 대형 평형이 많은 단지들 위주로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꿈마을민백블럭'(우성·동아·건영3단지·건영5단지, 총 1376가구)을 비롯해 '꿈마을 귀인블럭'(금호·라이프·현대·한신, 총 1760가구), '한가람마을'(한양·삼성·두산, 총 2096가구) 등이 통합 재건축에 도전 중이다. 이밖에 '초원부영'(1743가구)은 단독으로, 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된 '공작마을'(성일·럭키, 총 1516가구),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된 '목련마을'(두산6, 우성7단지)이 재건축 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목련1·8·9단지'도 통합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일었으나, 단지 간 합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본에서는 지난 4월 산본9-2구역(백두극동 백두동성 벡두한양)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최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산본6구역(을지삼익한일, 세종주공6단지)도 통합재건축으로 선도지구 지정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 '한라주공4단지'와 '솔거대림' 등은 단독으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서 접수에 나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