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원안대로 투자 진행… 캐즘늪 정면 돌파

2024-07-30 15:54
영업익 2802억원… 전년 比 37.8%↓
하반기 회복 느리지만 우상향 전망
46파이 조기 양산·전고체 성능 확보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SDI]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삼성SDI가 원안대로 투자를 진행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삼성SDI는 30일 올해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계획엔 변함이 없으며, 이미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 건설 등 확보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및 46파이(지름46㎜)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4조 4501억원, 2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8%, 37.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인 컨센서스(3320억원) 보다 15%가량 낮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흘러나온다.

전지 부문은 캐즘 한파에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분기 영업이익 2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회사는 "시장 수요 둔화에 따라 자동차 전지용 중대형 전지 판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력용 SBB(삼성 배터리 박스)와 고출력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배터리 판매가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전자재료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는 고부가 대면적 TV용 편광필름과 반도체 소재 등의 판매 증가 덕분이다. 또한 OLED 소재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IT용 신제품 진입으로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

삼성SDI는 4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점진적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투자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되,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략 변화 등 시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경영 방침을 유지하면서 중장기 설비투자(CAPEX)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경쟁사가 투자나 매출 목표치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어 업황 회복에 대비하고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샘플을 5개의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해 성능평가를 진행 중이며, 이미 샘플 단계에서 당초 계획했던 요구 성능 수준을 확보했다"며 "고객사들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전지 양산 중 가장 중요한 생산 공법·라인 투자 계획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하반기에 일부 신설투자와 함께 크기와 용량을 확대한 다음 샘플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볼륨(대중소비)·엔트리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자 LFP(리튬인산철) 개발 라인을 구축 중이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개발·양산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 중이며 마이크로 모빌리티용(킥보드·자전거용)으로 내년 초부터 양산 계획을 준비 중이다"며 "(비록) 전기차용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양산을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기게 된 점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SS배터리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로부터 1조원대 ESS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SBB와 UPS를 기반으로 주요 고객사들과 물량 공급을 추가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