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넘긴 금투세] 금투세 시행 여부에 존폐 달린 '증권거래세'

2024-07-30 17:59
1979년 재도입 후 45년간 유지
세율 인하 대신 완전 폐지해야 이중과세 없는데
증권거래세 통해 거둬왔던 농어촌특별세 세원 대안 없어 논의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현재 주식 투자자의 매매거래 금액에 부과하는 '증권거래세' 폐지 여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점진적으로 세율을 인하하겠다는 것이 종전 안인데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증권거래세로 걷힌 세금은 약 6조1000억원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5조원)보다 1조1000억원(22.2%) 많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총액 가운데 4분의 3 이상(75.3%)을 개인투자자가 냈다.

증권거래세는 1963년 처음 도입된 후 1971년 폐지됐으나 1979년 0.50%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재도입된 이래 45년간 지속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978년 증권거래세 재도입 논의 당시 주식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것이 조세원칙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세무기술상 한계 때문에 양도소득세 대안으로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

전대 국회에서 여야는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점진적인 세율 인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코스피·코스닥에서 거래하는 금액에 2020년 0.25%, 2021~2022년 0.23%, 작년 0.20%, 올해 0.18%가 적용됐고 내년 세율은 0.15%로 내려간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증권거래세는 존치하면 된다. 하지만 시행된다면 기존 합의안대로 세율 인하가 아닌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가 의견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농어촌특별세법도 개정해야 한다. 코스피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의 0.15%는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기반 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 확보 목적으로 부과하는 '농어촌특별세'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려면 정치권이 농어촌특별세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고 증권거래세에서 줄인 세원을 다른 데서 확충할 대안도 찾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0.15%로 인하한다는 계획이 나온 배경이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증권거래세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부과하고 금투세는 양도세라는 다른 틀에서 과세하는 제도지만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면서 금투세를 시행하면 다수 일반 투자자에게는 면세받던 영역에 추가로 과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금투세를 폐지하려는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금투세 시행을 전제한 증권거래세 개정 방향을 제시하고 합의할 수도 없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연 정책현안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과 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 개정 등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사의 독립성과 일반 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세제 개편 방안은 없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함께 자본시장 관련 세제 개편을 논의하는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투세 시행 여부가 가변적이고 이에 연동된 증권거래세 관련 논의는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강 의원은 "정무위와 당내에서 세제 관련 (개편) 논의를 하고 있지만 먼저 금투세를 시행할지, 유예할지 또는 어떻게 할지 정하고 그다음에 증권거래세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