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사흘·직무대행 탄핵·최다 거부권...'극한 대립'이 국회 신기록 갈아치웠다

2024-07-28 16:10
이진숙 인사청문회·방송4법 둘러싼 초유의 사태
與 "개판" vs 禹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골 깊어진 국회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과정에 대해 국민의힘이 항의를 하자, 여야 원내대표단을 불러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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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헌정사에 전례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장관급 인사청문회가 사흘 동안 열리고,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0명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밤 10시, 사흘간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사흘간 열린 건 국회 역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내달 2일에는 이 후보자와 방통위 고위직 인사들을 불러 후보자 검증을 위한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무제한 청문회'에 돌입한 셈이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도 밀어붙였다.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막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직무대행이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므로 탄핵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을 추진했다. 이 직무대행은 '자진 사퇴'로 맞섰다. 이에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이 전원 공석인 '0명 체제'가 됐다. 2008년 방통위 출범 후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방송4법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 시킨 뒤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정부로 이송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역대 최다 행사가 된다. 이를 두고 필리버스터에서 10시간 동안 혼자 발언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내고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내겠다"며 "윤 대통령은 기록을 세워보라. 거부권 기록은 당신의 퇴진 속도와 같아질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사상 첫' 대치 국면을 거듭하면서 의원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방식을 두고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이미 한 차례 재표결 부결돼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 재표결에서 또다시 부결되자 야당 의원들은 거부권 규탄 대회를 위해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여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상황이 되자, "의장님, 이렇게 두는 게 어딨습니까" "개판이네" 등의 고성을 질렀다. 이에 우 의장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개판은 무슨 개판인가. 말 함부로 하지 말라"면서 격돌을 벌였다.

'강 대 강' 대치는 방송4법을 둘러싼 결론이 지어질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방송4법은 각자의 주머니를 다 털어놓으며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갈등 봉합 여지는 거의 없다"면서 "이번 무제한 토론과 이 후보자 청문회 과정을 통해 민심의 향배가 드러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결과는 각 정당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