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달리기 안 시켰다"…'얼차려 사망' 중대장, 녹취록 들어보니
2024-07-24 15:09
24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모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 유가족과 중대장 사이 이뤄진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중대장은 연병장을 몇 바퀴 돌게 했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였다"고 답했다.
이어 유가족이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는지 묻자 중대장은 "아닙니다"라며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이러한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을 것"이라며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하여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중대장 A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달 17일 박 훈련병의 모친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했다. 지난 5월 23일 박씨가 숨진 지 25일 만이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서 A씨는 "안녕하세요. 어머님. 중대장입니다. 먼저 깊이 사죄 인사를 드린다. 병원에서 뵙고 그 이후 못 찾아봬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한 번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라고 물었다.
이틀 뒤인 19일에도 "어머님 기사로 편지 작성하신 거 확인했습니다.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안 될 거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정말 면목 없다. 편지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며 "제가 그때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계속 그날을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휘관이 규정에 어긋난 지시를 했는데도 군말 없이 이행해 준 아드님과 유가족분들께 사죄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오늘 수료식 하다 보니 아드님이 보고 싶고 또 살아 있다면 제일 기다려 온 순간일 텐데 저로 인해 기쁜 날을 더욱 슬픈 날로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는 사과문자에 대해 "구속영장 한다고 한 날 문자가 온 것"이라며 "전 그런 어떤 미안한 감이나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대장과 부중대장(25·중위)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실시하면서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로 지난 15일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