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얼차려 훈련병 사망' 육군 12사단 간부들 학대치사죄로 기소

2024-07-15 15:45
춘천지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로 중대장, 부중대장 구속 기소
12사단 간부들, 5월 23일 무더위 속에서 군기교육 실시...열사병으로 훈련병 쓰러져 사망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훈련소에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춘천지검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구속된 A중대장을 포함한 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기상조건·훈련방식·진행경과·피해자 신체조건 등을 종합하면 학대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앞서 경찰에서 송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30년 이하)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부중대장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에 위치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병들은 전날 개인정비시간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적발돼 군기훈련을 받았다. 


당시 간부들은 훈련병들 완전군장에 책을 넣게 했는데 무게가 약 24㎏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태에서 훈련병들은 1.5㎞ 뜀걸음을 선착순으로 실시했고, 완전군장 상태로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제군 낮 기온은 27.4도로 숨이 막힐 만큼 매우 무더운 날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훈련 과정에서 박모 훈련병은 실신해 쓰러졌고 뒤늦게 군의관에 의해 의무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열이 40도를 넘긴 상태였다. 박모 훈련병은 뒤늦게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호전되지 못했고 결국 입소한 지 11일 만에 사망했다. 국과수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박 훈련병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훈련 당시에도 박 훈련병은 열사병으로 인한 이상 징후를 계속 보였고, 이를 목격한 동료 훈련병들이 이를 교관들에게 보고했으나 교관들은 꾀병으로 취급하고 군기훈련을 계속해서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간부들은 군기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훈련병들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도 적발됐다.

결국 피의자들은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당시 대검찰청은 영장 심문에 춘천지검 소속 부부장 검사와 훈련소 조교 출신으로 간호학을 전공한 검사를 투입해 '피의자들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아울러 참고인들 모두가 군인인 점 등 군 관련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아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훈련병이 훈련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방부는 재발 방지대책으로 체력단력 방식 훈련병 군기훈련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훈련병이 아직 체력이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훈련병 군기훈련에 구보나 완전군장 상태에서 걷기 등 체력단련 종목을 제외하고 명상, 군법교육 등 정신수양만 진행하기로 했다.

또 군기훈련 시행 시에는 억울한 점이 없도록 개인 소명 단계를 거쳐 훈련이 진행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