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매체, 연달아 '해리스 때리기'...크렘린 '무관심'"
2024-07-23 17:05
"해리스, 원숭이 보다 나빠" 원색적 '막말'...말 아끼는 크렘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후보로 가까워지자 러시아 선전 매체와 그 논객들이 잇따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러시아의 새로운 샌드백(권투 연습용 모래 주머니), 카멀라 해리스' 제하의 기사를 통해 "크렘린궁이 다소 무심한 반응을 보이는 사이에 러시아 선전매체들이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 공격을 전면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친정부매체와 논객들은 그간 러시아와 갈등을 빚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앙금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이제 해리스로 이어지는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이 시도로프 모스크바 주립대 국제정치학과장은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 사퇴 발표 이후 국영 방송 토크쇼에 나와 "핵 버튼을 소유한 카멀라는 수류탄을 가진 원숭이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토크쇼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웃는 모습을 두고 "미친 사람"이라 비난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과 친정부 평론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바이든은 패배자", "해리스는 사악하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더 나아가 "미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망가졌다"는 비판도 인용해 러시아 체제 우월성에 이용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런 비난을 주로 백인 남성 선전가들이 쏟아냈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인종' '성별'을 거론하며 차별적 독설을 내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일부 러시아 '비우호적 수사'를 담은 발언을 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평가는 삼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금까지 그가 러시아와 미국의 양자관계에 기여한 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그동안 러시아 정부는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돕고자 정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9일 로이터 통신 등은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