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트럼프 J.D.밴스의 아메리칸 드림 ③] 고향서 '정치 시작'...反트럼프에서 찐트럼프로
2024-07-24 06:00
'실리콘밸리 투자가' 포기하고 고향서 상원의원 도전
트럼프 지지 얻으려 사저 찾아가 '사과'...호감 얻는 계기
고립외교·반이민·강경치안 등 '트럼프 판박이'...의료 부문에선 '정부 개입' 옹호
트럼프 지지 얻으려 사저 찾아가 '사과'...호감 얻는 계기
고립외교·반이민·강경치안 등 '트럼프 판박이'...의료 부문에선 '정부 개입' 옹호
변호사 생활을 거쳐 6년간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로 활동한 J.D.밴스는 정치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했다. 2016년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 출간 후 오피니언 리더로 부상한 그는 상원의원 출마를 생각했고, 그러던 중 2022년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밴스는 이미 회고록 흥행을 통해 영향력이 상당히 높아져 있던 차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자 이와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왔고, 밴스의 회고록이 트럼프 진영에 지지를 보낸 쇠락한 공업지역(러스트벨트)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밴스는 유력 매체 CNN 기고자가 됐고, 그의 회고록은 넷플릭스 영화화에 들어가는 등 밴스의 영향력은 날로 커졌다.
하지만 상원의원 경선 상대로는 전 주 재무장관 조시 만델, 주 상원의원인 매트 돌란 등 쟁쟁한 거물들이 있었다. 더욱이 주요 후보들 모두 친트럼프 성향이었던 터라, 트럼프에 부정적이었던 본인의 과거가 약점으로 작용했다. 2016년 대선에서 밴스는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부르는 등 그전까지 반트럼프 성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상원의원 출마 전후로 그의 정치적 성향은 반트럼프에서 친트럼프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는 글로벌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 창업자이자 밴스와 함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한 '뒷배' 피터 틸의 힘이 컸다. 밴스의 선거를 돕는 모금 위원회에 1000만 달러(약 138억원)를 기부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강력한 지원사격을 한 틸은 2021년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 '마러라고'에서 만남을 주선해 서로 간의 오해를 풀 기회를 마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밴스가 본인에 대해 쓴 비판적 글들을 쌓아 놓고 분노했지만, 밴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점차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그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밴스가 경선 과정에서 '전사' 기질이 있는 것에 점차 호감을 느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당시 "승리할 상태에 있고 준비가 된 후보는 J.D.밴스"라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업은 밴스는 경선에서 32%의 득표율로 당내 후보들을 누르고 공화당 후보를 차지했고, 같은 해 11월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53%의 표를 얻어 6%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팀 라이언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정치 이력 없이 상원의원이 된 오하이오주 의원은 1974년 존 글렌 이후 밴스가 처음이다.
당선에 결정적 요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던 만큼 밴스는 취임 이후 주요 이슈들에 있어 그와 유사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밴스는 지난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우크라이나 지원이 전쟁 종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밴스가 발의한 법안의 3분의 1과 공동 발의 명단에 이름을 넣은 12개 법안은 국경, 치안, 집회 시위에 관해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기조의 '국경 강화', '고립 외교' 성격의 행보다.
다만 밴스는 의료 복지 부문에서는 공화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처방약 가격을 낮추고자 메디케어(건강보험)를 통한 약값 협상을 허용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입장은 거대 제약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메디케어로 약값을 협상하는 것에 반대하는 쪽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약물 중독'과 씨름한 경험이 있는 밴스는 의료 시스템에 있어서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보수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밴스의 의료 부문 입장을 두고 "트럼프 2기 도래 시 공화당 의료 정책에 변화가 있을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