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투명한' 금투세, 정말 준비됐나

2024-07-23 08:05

 
사진=최연재 기자



“종부세든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든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에 신성불가침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건 옳지 않은 태도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발언했다. 조세 형평성을 강조하며 금투세 시행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실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야당 주요 의원들은 금투세는 당의 정체성이며, 폐지는 ‘부자 감세’라고도 말한다. 
 
정말 ‘부자 감세’일까. 현재 구조로만 보면 오히려 금투세는 부자에게 더 유리한 제도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이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시 25%를 과세한다.
 
해당 제도는 오로지 개인 투자자에게만 적용될 뿐 기관과 외국인은 예외다. 자국에 세금을 내는 외국인과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관 투자자에게는 이중과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자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데, 장기투자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기관 투자자는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이하 21% 등 법인세를 납부해 금투세(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 27%)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율을 떠나 ‘독박 과세’로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증권거래세도 유지되고 있어 ‘이중 과세’ 논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로 인하됐고, 올해 0.18%, 내년엔 0.15%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지만 손실이 나도 증권거래세는 내야 한다.
 
금투세로 가장 혜택을 볼 대상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자들이다. 주식 외에도 주가연계증권(ELS)·차액결제거래(CFD)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에 거액을 투자하는 시장의 큰손들은 최고세율(49.5%) 부담이 절반으로 완화된다. 금투세가 적용된다면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수익에서 250만원을 선 공제한 뒤 세율(20-25%) 적용한 세금을 내게 돼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는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게 되면 금소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될 경우 누진세율(6~45%)이 적용돼 고액자산가는 최고세율 49.5%까지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금투세 시행 시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주식보다는 절세를 위해 파생상품 투자 비중을 더 늘리고 금소세 세율 구간은 최대한 낮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투세가 ‘부자 감세’라고도 지적한다. 증권업계 역시 고소득자들은 금투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개인도 납득할 수 있는 금투세의 시작은 투명함일 것이다. 우선 현 시점 기준 금투세 대상자, 파생상품 투자자 비중 등 정확한 수치 공개가 필요하다. 각종 사례를 대입해 부자 증세인지, 감세인지를 명명백백 따져야 한다. 더 이상 금투세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