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슈 돋보기] 연이은 탈북 러시…'열악한 인권' 입 모아 지적

2024-07-18 06:00
영국·이탈리아·쿠웨이트 이어 쿠바 주재 北 외교관 한국행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국회에서 4·10 총선 구로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한국행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2016년 영국, 2019년 이탈리아·쿠웨이트에 이어 이번엔 쿠바에 주재했던 북한 외교관이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지난해 11월 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들의 목숨 건 결단에는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일규 "인권 참상 그대로 알리는 게 주민 위한 길"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리일규 전 정무참사(52)는 전날 보도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 전 참사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두고 "북한의 인권 참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 이후 국내 입국이 확인된 네 번째 북한 외교관이다.

우리 땅을 밟은 탈북 외교관 중에선 현재까지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위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의원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2인자'에 해당하는 공사로 근무했으며, 2016년 8월 탈북을 감행했다. 그 뒤를 이어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임지에서 잠적한 뒤 2019년 7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역시 가족과 함께 탈북해 같은 해 9월 이곳으로 향했다. 늘어나는 고위 외교관들의 탈북 사례는 현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北, 근래 체제 결속·내부 단속 집중…3대 악법 제정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체제 결속을 거듭 강조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인권 침해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을 시작으로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제정해 사상 통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MZ세대' 격인 북한의 '장마당 세대'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에는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중학생 약 30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국내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처형 당한 학생들은 대북 전단 속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주워 드라마를 시청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에도 17세 안팎의 고교생 30여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부 주민은 탈북민 단체가 보낸 페트병에 담겨 있던 쌀로 밥을 지어 먹어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고 한다.
 
탈북민 "재판관, '남한 영화 보다 체포됐다'고 읊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2024 북한인권 보고서'에는 남한 영화 유포자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근거로 공개 처형됐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처음으로 수록됐다. 2022년 황해도의 한 광산에서 22세 농장원의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A씨는 "처형장에서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농장원이) '괴뢰 놈들(남한)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고 읊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부는 다수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이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전날 발표한 '북한 강제노동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구금시설 내 노동 △강제 직장 배정 △군 징집 △돌격대 △작업 동원 △해외 노동자 등 강제 노동 실태와 이로 인한 인권 침해 상황이 다시 한번 조명됐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노동이 한층 더 고착화됐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강제 노동을 철폐할 것을 북한에 재차 촉구했다.
 
정부, '자유·인권' 골자로 한 새로운 통일담론 구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자유'와 '인권'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통일담론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3월 북한이 내세우는 '적대적 2국가론'에 연연하지 않고 통일 한반도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일부 역시 윤석열 정부의 통일 비전을 반영해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통일 구상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학계와 민간 인사들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청취해 왔다.

17일 취임한 김수경 신임 통일부 차관 역시 우선 과제로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과 북한 인권 개선'을 꼽았다. 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 인권, 법치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며 "최근 날로 더해지는 북한의 도발과 상식 이하의 행태를 접하면서 이러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